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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한 60대男, 2억 투자해 매달 100만원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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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10년 전 퇴직한 신모(65)씨는 매달 21일이면 월급날 기분이 난다. 지난해 D증권에서 판매한 월지급식 펀드에 2억원을 투자한 이후 매월 21일이면 약 100만원씩 받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시뮬레이션대로라면 10년 뒤에는 원금도 2억6000여만원으로 불게 된다. 신씨는 “실적 배당형이어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게 부담”이라면서도 “다달이 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은퇴 대비로 이만한 상품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 은퇴를 대비한 금융상품의 ‘대세’는 ‘월지급식’이다. 특히 은퇴를 시작하는 베이비부머 사이에선 퇴직 이후 연금 수령기까지 수입이 없는 이른바 ‘크레바스’ 기간이 늘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의 이연주 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단카이(團塊) 세대’의 은퇴와 더불어 월지급식 금융상품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며 “지금까진 ‘어떻게 모으느냐’가 관심이었지만 은퇴가 화두로 떠오른 요즘엔 ‘어떻게 받느냐’가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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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지급식 금융상품은 목돈을 일시에 넣어놓고 여기서 나온 운용수익·이자 등을 매달 받는 상품이다. 대표적 상품이 월지급식 펀드다. 2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08년 848억원에 그치던 설정액은 올해 1조107억원(3월 26일 기준)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퇴직금 등 목돈을 쥔 은퇴자가 가입을 서두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월지급식 펀드는 크게 주식형·주식혼합형·채권혼합형·해외채권형 등이 있다. 노후 대비 성격이 짙은 만큼 안정성을 중시하는 채권형 상품이 많은 편이다. 최근에는 해외펀드·상장지수펀드(ETF)·랩어카운트 등 다양한 투자 자산과 결합해 기대 수익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미래에셋·삼성증권 등에서는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는 월지급식 신탁상품을 선보였고 한국·우리투자·동양증권 등은 위험 성향과 투자 목적을 고려한 월지급식 랩어카운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증권 조완제 투자컨설팅팀장은 “무엇보다 원금 손실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체크해야 하며 운용·환매수수료, 과세 여부 등도 따져봐야 한다”며 “해외에 투자하는 상품은 세계 경기와 환율도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중에서도 최근 인기가 급등한 상품은 월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이다. ELS와 비슷하지만,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수익을 한꺼번에 받는 것이 아니라 매월 나눠 수익을 받는 식이다. 구성 종목의 주가가 가입시점보다 50%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원금이 보장되는 구조가 많다. 기대수익률은 연 8~9%대로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채권형과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주식형의 중간 성격 상품이다.

 생명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즉시연금’은 안정성에 더 무게를 둔다. 월지급식 펀드처럼 매달 돈을 받는 점은 같지만, 보험사가 은행 이자율처럼 공시이율을 보장하기 때문에 원금 손실 걱정이 적다는 게 장점이다. 예를 들어 공시이율을 4.7%로 가정할 때 55세 남성이 3억원을 맡기면 매달 138만원 정도(종신형 기준)를 받을 수 있다. 20년 동안 받는 형태(상속형)로 가입하면 매달 99만원 정도를 받다가 만기에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특히 즉시연금은 10년 이상 유지할 때 비과세된다는 점이 장점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즉시연금을 판매하는 11개 보험사의 수입보험료는 2008년 3306억원에서 지난해 2조3798억원으로 급증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현재 살고 있는 주택 말고 특별한 금융자산이 없다면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선보인 주택연금(정부보증 역모기지론)이 대안이다. 60세 이상 고령자가 9억원 이하의 소유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매달 연금을 대출받는 구조다. 65세 은퇴자가 3억원짜리 집을 맡기면 매달 86만원을 받을 수 있다. HF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평균 13.7건에 불과하던 신청 건수는 올해 33.9건으로 150% 가까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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