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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한 메시, 열정의 호날두… 마지막에 웃을 자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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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축구팬들이 주목하는 두 라이벌. 리오넬 메시(25·FC 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레알 마드리드). 둘 다 어려서부터 축구천재로 주목받았고, 이렇다 할 시련 없이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하지만 성향은 정반대다. 호날두가 ‘불’이고 ‘열정’이라면, 메시는 ‘얼음’이고 ‘냉정’이다. 현재까진 메시의 발걸음이 조금 더 경쾌하지만, 마지막에 웃을 선수가 누군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두 선수 모두 축구를 업으로 삼은 아버지 덕분에 일찌감치 축구공과 인연을 맺었다. 호날두는 고향 포르투갈의 마데이라에서 축구팀 장비담당으로 일한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5살부터 축구를 시작했다. 어린 시절 포르투갈 최고 명문인 벤피카 입단을 희망했지만 ‘재능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당한 아픈 이력이 있다. 이는 추후 벤피카와 스포르팅이 동시에 영입 경쟁을 벌일 때 호날두가 스포르팅을 선택한 이유가 됐다. 17살이던 2002년에 스포르팅 1군 무대에 데뷔한 호날두는 1년 뒤 당시 포르투갈 선수 중 최고 이적료(1200만 파운드/당시 210억원)를 기록하며 잉글랜드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유니폼을 입었다. 2009년 맨유를 떠나 레알 마드리드로 건너갈 때 몸값은 다시 8000만 파운드(당시 1600억원)로 치솟았다.

메시는 고향 지역 클럽 코치로 활동하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3살 때부터 공을 찼다. 8살에 아르헨티나 명문 뉴웰 올드보이스의 유망주 육성반에 뽑힐 정도로 돋보였다. 11살 무렵 성장호르몬 결핍 진단을 받아 위기가 찾아왔지만, 2년 뒤 바르셀로나의 입단 제의를 받아들이며 해결했다. 바르셀로나는 가족의 생활비는 물론 월 100만원에 달하는 치료비까지 부담하며 메시를 지원했다.

병마를 극복한 그는 2003∼2004시즌 바르샤 B팀에 합류하자마자 30경기에서 35골을 터뜨리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다음 시즌에 곧장 1군 엔트리에 포함됐다. 바르샤는 스무 살이 안 된 선수에게 1군 경기 출장을 허락하지 않는 불문율을 갖고 있었지만, 메시만큼은 예외였다. 그는 18살이던 2005년부터 1군 무대를 자유롭게 누볐다. 현재 바르셀로나는 메시에 대해 2억5000만 유로(4500억원)에 달하는 바이아웃(선수와 직접 이적 협상을 할 수 있는 액수)을 설정해 두고 있다. 메시를 데려가려면 구단에 4500억원을 내라는 뜻이다.

메시는 냉정하다. 늘 상대팀의 집중 견제를 받지만, 여간해서는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침착함의 원천은 겸손함이다. 긍정적인 성격을 타고난 데다 인성을 강조하는 바르셀로나의 유소년팀 분위기에 물들면서 차분하고 예의 바르게 성장했다.

메시는 결코 주인공이 되려 하지 않는다. 동료들을 먼저 챙긴다. 메시의 유소년 시절 스승인 페페 세레르(대교 시흥 FC 바르셀로나 축구학교 총감독)는 “메시는 어려서부터 ‘혼자서도 경기를 결정지을 수 있는 선수’라는 의미의 크랙(crack)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하지만 언제나 수더분한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메시가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은 스피드다. 메시의 순간 최고속도는 시속 24.6㎞다. 호날두(33.6㎞), 아르연 로번(32.8㎞·바이에른 뮌헨) 등과 비교해 결코 빠르지 않다. 하지만 100m가 아닌, 30m 이내의 단거리 드리블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메시는 매 순간 상대 골대로 향하는 최단거리와 가장 효율적인 공략 방법을 찾아낸다. 그리고 주저없이 실천에 옮긴다. 이는 몸의 속도 못지않게 생각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다. 세레르 총감독은 “축구선수는 매 순간 어디를 향해 어떤 템포로 움직일지, 패스를 할지, 슛을 할지, 돌파를 할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면서 “메시는 거의 모든 상황에서 최고의 선택을 하고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칭찬했다.

호날두는 뜨겁고 에너지가 넘친다. 욕심도 많다. 언제나 스포트라이트를 갈망한다. ‘주인공’이라는 역할에 최적화된 선수다. 축구장 밖에서 여러 가지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것 또한 주목받기 위한 의도가 크다. 호날두는 고급 스포츠카와 명품 의상으로 치장하길 좋아하고, 종종 미녀들과 스캔들을 일으킨다. 술을 즐기지 않으면서도 클럽을 내 집 드나들 듯 한다. 호날두는 맨유 시절 “내 플레이가 기대에 못 미칠 때보다 팬들이 나를 보며 열광하지 않을 때 더 두렵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런 호날두를 최고의 선수로 이끈 비결은 화려한 테크닉과 식지 않는 승부욕에 있다. 유럽 선수로는 드물게 양발을 모두 사용하는 호날두의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스피드까지 곁들여져 더욱 위력적이다. 프리킥 상황에서 선보이는 무회전 킥은 스피드와 궤적, 정확성 등 모든 면에서 당대 최고로 평가받는다. 승부근성도 강하다. ‘이겨야 주인공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나란히 20대 중반인 두 선수는 경쟁을 통해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메시도, 호날두도 평범한 선수들이 범접하기 힘든 발자취를 남기며 숱한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호날두는 3월 23일 기준으로 클럽 무대 453경기에 출전해 252골을 넣었고 포르투갈 대표팀 멤버로는 88경기에 나서 32골을 기록하고 있다. 2008년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로 뽑혔다.

메시는 더욱 화려하다. 바르셀로나 한 팀에서만 뛰며 314경기에서 234골을 기록 중이다. 1950년대를 풍미한 세사르 로드리게스가 무려 57년간 보유했던 클럽 개인 최다골 기록(232골)을 뛰어넘었다.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 득점 경쟁에서도 34골로 호날두에 한 골 앞서 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FIFA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것도 놀랄 만한 기록이다.

아쉬울 게 전혀 없을 것 같은 두 선수에게도 약점은 있다. 호날두는 클럽 무대에서 늘 메시에 조금 못 미친다. 메시는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움츠러든다. A매치 67경기에서 22골을 넣었는데, 중요한 경기에서는 제 몫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두 선수는 이제부터가 전성기다. 향후 얼마나 더 위대한 기록을 쌓아나갈지 모른다. 두 선수를 같은 시대, 한 무대에서 보는 것 자체가 축구팬에겐 축복이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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