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바다엔 청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63호 22면

과거 삼짇날(음력 3월 3일, 올해는 양력 3월 24일)이면 산야엔 진달래, 바다엔 청어가 지천이었다.
이맘때 우리 선조들은 진달래 화채와 청어 구이를 즐겨 먹었다. “진달래꽃 피면 청어 배 돛 단다”는 옛말이 있는데 진달래꽃 필 때면 청어가 많이 잡히는 시기라는 뜻이다. ‘눈 본 대구요, 비 본 청어’란 속담도 있다. 대구는 눈이 내리는 겨울이, 청어는 봄비 내리는 봄철이 제철이란 의미다.

박태균의 식품이야기

청어의 별명은 비유어(肥儒魚)다. ‘선비를 살찌우는 생선’쯤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 말린 청어는 관목(貫目)이라 불렸다. 과메기는 관목→ 관메→과메기로 변한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엔 흔하디 흔한 생선이었다. 값이 싸고 맛이 있어 가난한 사람들도 즐겨 먹었다. 전기가 없던 시절엔 청어 기름으로 등잔불을 밝힐 정도였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청어가 정월이면 알을 낳기 위해 오는데 수억 마리가 바다를 덮을 지경”이라고 표현했다. 청어는 산란기에 수만 개의 알을 낳는 엄청난 생식 능력을 지녔다. 영남과 일본에서 예부터 정초에 청어 알을 먹은 것은 자손을 많이 보겠다는 소망에서다. 과거에 청어는 동지 전에 영남 해안에 나타났다가 남해를 지나 서쪽으로, 다시 북쪽으로 이동해 음력 3월엔 황해도에 출몰했다. 황해에서 잡힌 청어는 남해 청어보다 배나 커서 청어 잡이 배가 이때 돛을 달고 출항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 탓인지 한류성 어종인 명태와 함께 국내 연안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요즘 우리 식탁에 오르는 청어는 대부분이 수입산이다. 겨울 별식인 과메기도 원래는 청어로 만들었으나 귀해지면서 꽁치 과메기가 됐다. 다행히 최근 들어선 청어가 우리 연안에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부경대 식품생명공학부 조영제 교수). 청어(靑魚, herring)는 이름처럼 고등어·꽁치·정어리 등과 함께 등 푸른 생선에 속한다. 여느 등 푸른 생선과 마찬가지로 지방이 많다. 100g당 8.5g(생 것 기준, 말린 것은 24g)이 지방이다. “맛 좋기는 청어, 많이 먹기는 명태’란 옛말처럼 고소하고 기름진 맛이 일품인 것은 지방 덕분이다.

지방이 많다는 이유로 청어를 너무 겁낼 필요는 없다. 청어 지방의 대부분은 혈관 건강에 유익한 DHA·EPA 등 오메가-3 지방(불포화 지방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오메가-3 지방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며 두뇌 건강도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단백·고칼슘·고철분·고칼륨 식품이라는 것이 청어의 영양상 강점이다. 피와 살이 되는 단백질은 100g당 19.3g(생 것, 마른 것은 44.5g), 뼈·치아 건강을 돕고 짜증을 줄여주는 칼슘은 87㎎, 빈혈 예방에 효과적인 철분은 2.3㎎, 혈압을 조절해 고혈압 환자에게 권장되는 칼륨은 290㎎ 들어 있다.

열량은 100g당 163㎉(생 것, 마른 것은 418㎉)이나 자주, 많이 먹을 수 있는 생선이 아니므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단백질·지방이 풍부한 청어는 병후 회복기에 있는 환자나 쇠약한 어린이에게 권할 만한 생선이다.

붉은 살 생선인 청어는 대개 구이를 해 먹는다. 횟감으론 거의 쓰이지 않는다. 오래 살려놓기 힘든 데다 가시가 많아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