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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방한 직전 한국계 ‘놀라운’ 발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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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버락 오바마(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새 세계은행 총재로 한국계인 김용(왼쪽) 다트머스대 총장을 지명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놀라운 선택이었다(The choice was a surprise)’.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은 23일(현지시간) 김용(52·미국명 짐용김) 미국 다트머스대 총장이 세계은행(WB) 차기 총재 후보로 지명된 것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김 총장은 그동안 총재 후보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그동안 총재 후보로는 재무장관을 지냈고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을 역임한 로런스 서머스와 여성인 수전 라이스 주유엔 미국 대사, 민주당 소속의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 등이 물망에 올랐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도 후보로 거론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발표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으로 출발하기 직전 이뤄졌다. 미국인이긴 하지만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인물이라는 점에서 방한 전 한국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세계은행은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양대 국제금융기구다. 국제정치적으로 유엔을 한국 출신의 반기문 사무총장이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국제금융의 한 축을 한국계인 김 총장에게 맡기겠다고 한 것에도 의미가 있다.

 1945년 이후 IMF 총재는 유럽인이,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인이 도맡아왔다. 경제력을 반영한 관행이자 양측 간 비공식 규범이었다. 미국은 IMF와 세계은행에서 개별 국가 기준으로 최대 지분을 갖고 있다. 다만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미국보다 많다.

 중국과 브라질 등 신흥국들은 현재 미국의 세계은행 총재직 독식을 반대하고 있다. 신흥국 쪽에서는 나이지리아 여성 재무장관인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와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 전 콜롬비아 재무장관이 대항마로 떠올랐다. 오콘조이웨알라는 지난해까지 세계은행 이사를, 오캄포는 컬럼비아대 교수를 지냈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비(非)구미 국가 또는 신흥국의 이런 움직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계 미국인을 내세운다면 미국 독식이라는 비난을 조금은 피할 수 있다고 봤을 것이란 분석이다. 창설 후 수십 년 동안 세계은행은 168개국에서 시행한 1만1000개 이상의 사업에 대략 7500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했다. 하지만 미국의 영향력을 세계에 전달하는 기제의 하나로도 작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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