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아쉬운 국군체육부대

중앙일보

입력

상무(국군체육부대) 육상 코치진 개편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상무는 최근 육상부 코치진 개편을 단행, 지난 7월 대위로 전역한 오창석 마라톤 코치를 내보내고, 오 대위와 마라톤팀 지휘권을 놓고 마찰을 빚어온 문흥주 중.장거리 코치에게 단거리ㆍ도약을 맡긴 것으로 8일 밝혀졌다.

이평송 단거리ㆍ도약 코치는 마라톤팀을 떠맡았다. 인사의 핵심은 자리바꿈을 한 코치들의 전문성 여부를 떠나 마라톤 이론가인 오코치가 젊음을 바친 군에서 밀려난 데 있다.

마라톤 선수 출신인 오 코치는 국방체육연구관을 거쳐 2년전 고려대에서 `마라토너에 대한 생리학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따낸 `공부하는' 장교였다. 그런 그가 군문을 떠난 것은 국방부에 날아든 투서 때문이었다.

투서의 내용은 오 코치가 부대장에게 잘 보여 전역 후 민간인 신분으로서 마라톤 코치를 맡아 문제가 많다는 것.

오 코치는 국방부 조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그의 전문성을 고려해 전역 후 군무원으로 채용하려던 상무의 계획은 `없었던 일'이 됐다.

결국 군이 공들여 키워놓은 체육 전문가만 자리싸움에 희생된 셈이다.

오 코치가 타의로 마라톤의 꿈을 접은 요즘 상무는 군 구조개혁의 칼바람 속에 숨죽이며 윗선의 눈치를 보고 있다.

부대 전체가 통째로 사라질 판에 전문성이니 효율성이니 고려할 처지가 아닌 것이다.

그동안 엘리트체육 발전에 숨은 역할을 해온 상무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그저 한숨만 나올 따름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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