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유해식물을 제거하기 위해 태화강변에 불을 지른다. 2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이날 태화강 둔치 수변지역 2만9000㎡(8772평)은 하루 종일 불길에 휩싸인다. 태화강 수변지역은 약 1㎞에 걸쳐 갈대 숲이 조성된 곳이다. 이 중 800m 구간(남구 신정동 방향 300m, 중구 다운동 방향 500m)이 소각 대상이다.
갈대숲에는 환삼덩굴과 가시박 등 유해식물이 갈대와 함께 자라고 있다. 현재 성장속도가 빠른 환삼덩굴과 가시박이 갈대 위로 드리워지면서 갈대가 말라죽어가는 실정이다. 이도희(50) 태화강 관리단 사무관은 20일 “갈대보다 높게 자란 유해식물을 일일이 뽑아 없애기 어려워 소각 처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 전문가들은 극단적인 방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유해식물을 불에 태우면 이 일대의 모든 갈대와 무당벌레 등 익충(益蟲)도 함께 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갈대 숲에 서식하는 조류들이 둥지를 잃고 강아지풀 등 무해 식물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윤석(46) 울산 생명의 숲 사무국장은 “어설픈 방법이다. 불을 지른다고 유해식물이 완전히 없어지는 게 아니다. 유해식물의 씨앗이 이미 분포돼 있기 때문에 또 금세 자란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모든 식물이 불에 타 없어지면 유해식물 씨앗이 햇볕을 바로 받기 때문에 더 좋은 생육환경을 만들어주는 꼴이다”고 말했다. 울산 생명의 숲은 "인력으로 유해식물을 하나씩 제거하는 게 더디지만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가장 좋은 제거법”이라고 조언했다.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