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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본 '사이버시티 춘천' 프로젝트

중앙일보

입력

'호반의 도시 춘천' 을 있게 한 소양호.춘천호.의암호는 인공 호수다.

동양 최대의 수력댐인 소양강댐과 춘천댐.의암댐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다. 그 춘천에 네번째 발전소가 들어서고 있다. 그런데 그 발전소는 강에 있지 않다. 춘천 시민의 가정마다, 가게마다, 버스마다 들어선다.

바로 정보 발전소. 춘천시가 금융결제원.삼성SDS.미래시티닷컴.한국통신과 함께 추진하는 '사이버시티 프로젝트' 다.

배계섭 춘천시장은 사이버시티 프로젝트에 대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공 전자화폐를 도입해 도시 전체를 정보화로 통합하는 야심찬 사업" 이라고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에 따라 춘천 시민들은 이달 중순부터 자신이 거래하는 은행에서 한국형 전자화폐 'K캐시' 를 받게 된다.

K캐시는 우리가 흔히 보는 은행 신용카드와 똑같이 생겼다.

하지만 IC카드와 무선(RF)카드 기능을 겸하고 있어 현금카드.신용카드.교통카드.의료카드 등의 역할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똑똑한' 스마트 카드다.

앞으로 이 카드 하나만 있으면 춘천시민들은 버스와 택시를 이용할 수 있고 서점.백화점.음식점에서 물건값을 결제하고 은행 업무도 함께 볼 수 있다.

삼성SDS IC카드팀의 송일섭 부장은 "우선 K캐시 10만개가 준비돼 있고 내년 3월부터 10만개를 추가 발급할 예정" 이라며 "25만 춘천시민 대부분이 전자화폐를 갖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K캐시를 결제할 수 있는 단말기도 음식점이나 슈퍼와 같은 일반 상점 7천곳에, 시내버스 1백34대에 1차로 보급된다.

사업비 32억원을 민간에서 유치해 모두 무료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전자상거래다. 이를 위해 춘천시는 전자화폐 뿐만 아니라 초고속 인터넷망의 보급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망을 신청한 모든 세대에 홈페이지를 만들어 주고 가정용 전자화폐 단말기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 단말기에 자신의 K캐시를 삽입하면 쉽고 안전하게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단말기를 미리 사용해 본 장효윤씨는 "신용카드 번호를 일일이 입력하는 불편함도 없고, 보안문제를 걱정할 필요도 없어 아이들도 전자상거래를 쉽게 이용할 수 있었다" 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나 동별로 사이버 지역 커뮤니티를 구성해 공동구매나 지역간 특산품 거래 등 시민이 직접 주도하는 전자상거래도 활성화될 수 있는 것이다.

전자상거래에 특히 기대를 거는 곳은 의외로 재래시장쪽이다.

그동안 대형 양판점이나 백화점에 밀려 열세를 면치 못했지만 소형 점포 중심으로 전자상거래 환경을 구축, 상세한 가격 정보를 제공해 새로운 부활의 전기를 마련할 셈이다.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정연경씨는 "이번 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높다" 며 "매출전표가 필요없고 신용카드 단말기에 비해 수수료도 적어 빠른 시간 내에 보급될 것 같다" 고 예상했다.

또한 의약분업이 정착되면 전자처방전을 발급해 약국에 가지 않고 집에서 바로 약을 받을 수도 있다.

춘천시청 권봉주 정보통신과장은 "K캐시로 신원이 입증되기 때문에 전자 행정 서비스도 가능하다" 며 "인터넷을 이용해 민원 서류를 신청하고 발급받는 일이나 지방세.국세를 납부하는 것도 쉽게 구현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이같은 춘천시의 노력은 국제적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그 결실중 하나가 7일부터 춘천에서 열리는 '세계지식산업도시연합(GDCN)' 창립총회다.

일본.중국.영국.러시아.호주 등 7개국에서 10개 도시가 참가하는 GDCN은 이번 창립총회를 통해 ▶각 도시의 정보기술을 공유하고 ▶산.학.관 인적 자원을 교류하고 ▶지식기반산업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에 공동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춘천시는 GDCN 창립총회도 일반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http://www.gdcn2k.com)를 만들어 공개하고 있다.

계명대 교통공학과의 함승훈 교수는 "한 도시 전체를 정보화로 통합하는 사업은 유례가 없는 일" 이라며 "춘천시는 일찍부터 애니메이션이나 멀티미디어 분야를 육성해 오면서 정보화가 잘 진행되었기 때문에 성공가능성이 높다" 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관건이다. 인프라의 진보가 삶의 질 향상으로 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시민의 참여없는 일방적 변화는 오히려 빈부나 나이.성.학력에 따라 정보격차가 더욱 벌어지며 새로운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정보 발전소의 동력은 참여민주주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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