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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재룡의 행복한 은퇴 설계] 퇴직 시점서 70대 중반까지는 ‘GO-GO Years’… 은퇴 비자금 챙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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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년퇴직한 김모(61세)씨는 하루의 대부분을 집에서 보낸다. 은퇴하면 여행도 다니고 그동안 못했던 골프도 마음껏 즐길 생각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지금 받는 연금 수입이 대부분 생활비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다른 활동은 좀체 엄두를 못 낸다.

 김씨처럼, 은퇴 시점부터 70대 중반까지의 기간을 ‘활동기’라고 한다. 외국에서도 ‘GO-GO Years’라고 해서 정열적으로 많은 활동을 하는 시기다. 이때는 열심히 일하느라 뒤로 미뤄왔던 여행이나 각종 취미활동 등을 활발하게 벌인다. 일생을 힘들게 일한 고생의 보상을 받기 위해 은퇴 이후의 자유를 맘껏 즐긴다. 따라서 기본적인 생활비 이외에 각종 취미나 여행비 등이 필요하며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시기다. 이때를 잘 지내야 은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는데 경제적인 이유로 활동이 위축되면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막연하게 은퇴 이후 월 생활비로 200만~300만원 정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연령과 건강상태별로 생활비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은퇴 이후의 삶은 크게 4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앞서 말한 은퇴시점부터 70대 중반까지 이르는 ‘활동기’가 있고 70대 중반부터 70대 후반의 ‘회고기’, 70대 후반에서 사망시점까지의 ‘남편 간병기’ 그리고 ‘부인 홀로 생존기’로 구성된다. 각 단계에 따라 생활특성이 달라지므로 필요한 자금의 구성이나 규모도 달라진다.

 외국에서는 활동기에 필요한 추가 자금을 ‘은퇴 축하금’이라고 해서 금융상품을 통해 별도로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 회고기는 건강이 여전히 양호한 상태지만 이전보다 서서히 활동이 줄어들고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기다. 특별히 아픈 곳 없이 건강하지만 활동이 줄어들기 때문에 은퇴 이후 기간 중 생활비가 가장 적게 든다. 다음 간병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거동이 불편해지거나 뇌졸중, 치매 등 노인성 질환으로 다른 사람의 간호를 필요로 한다. 집이 아닌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상대적으로 의료비를 많이 지출하면서 필요한 생활비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시기다. 이에 대해 재정적 준비가 잘돼 있느냐에 따라 이 시기의 희비가 엇갈린다. 마지막으로 부인 홀로 생존기다. 대개는 부부가 함께 쓰던 생활비의 70% 정도를 사용한다. 하지만 부인 역시 후반기가 되면 질병에 시달리거나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상당한 의료비나 간병 비용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이런 4가지 단계의 생활상과 필요한 비용을 모두 고려한다면 전체적으로 필요한 현금흐름은 직선이 아닌 두 번의 U자형 모양을 띠게 된다. 게다가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전체적으로 우상향하는 모양이다. 이렇듯 은퇴준비는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이뤄져야 비로소 제대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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