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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대 기부금 685억 세탁 … 교과부, 명백한 불법 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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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교육과학기술부가 16일 숙명여대를 운영하는 숙명학원의 이용태 이사장 등 6명에 대해 임원취소 처분을 내린 것은 15년간 이뤄진 숙명학원의 ‘기부금 세탁’을 명백한 불법행위로 규정했다는 의미다. 이 이사장 등은 30일로 예정된 청문에서 교과부 결정을 뒤집을 만한 소명이 이뤄지지 않으면 해임된다. 청문은 취소 처분 후 절차상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듣는 자리다. 교과부는 사립학교법 20조에 따라 이사장 등 임원의 승인 및 취소 권한을 갖는다. 이로써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 기부금을 편법 운영해 온 다른 11개 대학의 재조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본지 2월 10일자 1, 6면>

 숙명학원은 1995~2009년 법인 전입금 형태로 숙명여대에 운영자금 718억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685억원은 기부금, 나머지 33억원은 대학 토지 보상금 등이었다. 대학의 공식 기부금 통장에 돈이 들어오면 이를 재단의 계좌로 이체, 재단이 정상적으로 마련한 돈처럼 꾸며 다시 대학에 내주는 편법을 써 왔다. 95년 시작된 정부 대학평가의 재단 기여도 항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것이었다.

 당초 교과부는 “심각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이지만 불법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사립학교법 29조는 교비회계(학교)에서 법인회계(재단)로 돈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교과부는 “회계장부상 기부금이 대학이 아닌 재단의 돈으로 돼 있기 때문에 교묘히 법망을 피했다”고 설명했었다.

 이에 대해 본지는 숙명여대 계좌로 들어온 기부금은 명백한 대학의 돈이므로 처음부터 교비회계에 기재하지 않은 것부터 문제라고 지적했다. 독고윤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학이 모금하고 영수증까지 발행한 기부금을 대학의 돈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교과부는 회계장부와 관련자 소환 조사가 마무리된 이달 12일 이후 입장이 바뀌기 시작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전례가 없어 실태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불법이라고 밝힐 수 없었다”며 “대법원 판례와 법리를 꼼꼼히 따져 본 후 사립학교법 29조를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윤석만·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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