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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 옛 캐디 프로저와 다시 호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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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경주(오른쪽)가 지난해 5월 16일 벌어진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온십 대회에서 캐디 앤디 프로저와 코스 공략을 상의하고 있다. [AFP=연합]

프로골퍼 최경주(42·SK텔레콤)가 지난해 체력 저하를 이유로 은퇴했던 캐디 앤디 프로저(60·스코틀랜드)를 다시 불렀다.

 프로저는 최경주의 가방을 메면서 PGA 투어 6승을 하도록 도운 베테랑 캐디다. 지난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이 하이라이트였다.

 두 사람은 2003년 독일 쾰른에서 벌어진 유러피언 투어 저먼 마스터스 대회장에서 처음 만났다. 프로저는 나이가 많은 편이었고, 어깨까지 다쳐 일자리를 잡기가 곤란한 상황이었다. 프로저는 최경주에게 “어깨는 전혀 문제없다. 잘 할 수 있으니 안심하라”고 했다.

그런데 어깨 부상이 심각했다. 가방을 멜 형편이 안 됐다. 최경주는 그를 해고하지 않았다. 그 대신 진단서를 제출해 카트에 캐디백을 싣고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배려했다. 프로 투어에서 캐디가 카트를 끄는 경우는 거의 없다. 조직위는 처음에 이를 인정했다가, 최경주가 챔피언조에 들어가자 시청자에게 나쁜 인상을 준다며 캐디를 바꾸라고 했다. 그러나 최경주는 끝까지 프로저를 지지했고 결국 우승했다.

이후 두 사람은 가족처럼 지냈다. 최경주는 지난해 말 프로저가 은퇴한 후 2002년 2승을 할 때 도운 캐디 스티브 언더우드(43)와 호흡을 맞춰왔다.

 프로저와 언더우드는 각각 장단점이 있다고 한다. 최경주는 프로저에 대해 경험이 많은 대신 체력이 약한 게 흠이라고 지적한다. “훈련을 더 해야 하는데 프로저가 힘드니까 그만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캐디의 체력이 달리니 캐디백을 가볍게 한다. 비 예보가 없으면 비옷과 우산을 두고 온다. 전쟁에 나갔는데 적이 없을 것 같으니 탄환을 안 가져가는 것과 같다. 그러나 예고 없이 적이 나올 때가 있다. 비가 와서 다른 선수 우산을 함께 쓴 일도 있었다.”

 언더우드는 체력과 머리가 좋고 특히 그린을 잘 읽는다. 반면 언더우드는 2003년 최경주와 함께 일할 때 대회장에 술 냄새를 풍기며 나타날 때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해고됐다.

 결국 최경주는 뚝심과 의리의 프로저를 택했다. 그는 “언더우드는 좋은 캐디지만 프로저만큼 편하지는 않았다. 프로저가 대부분의 대회에서 가방을 멜 것이다. 하지만 몸이 약하기 때문에 모든 대회에서 캐디를 맡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나머지 대회에서 언더우드가 캐디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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