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집이란 크기와 비례하지 않는다. 우선 사람 냄새가 나야 한다. 작더라도 가족들의 삶이 묻어나는 집이 마음 편하다. 여기에 액자나 가구, 소품과 주방 살림살이들이 제자리를 찾아 있으면 ‘감각 있는 집’이 된다. 작지만 편안하고 감각 있는 집. 큰 돈 들이지 않고, 작은 집을 공간별로 꾸미는 노하우를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신경옥씨에게 들어봤다.
집을 꾸미기 위해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가구도 새로 사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몇 가지 방법만 알아두자. 베란다의 바닥만 돋우거나, 창틀의 색깔을 달리하고, 소파의 커버를 바꾸는 식이다.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나 공간을 나누고, 가구의 배치를 바꾸는 것만으로 작지만, 생각지도 못한 아담한 집이 만들어진다.
거실 : 베란다 바닥 높여 거실과 같은 바닥재 깔면 넓어진 느낌
작은 집은 현관을 열면 집 안 전체가 다 보이는 경우가 많다. 우선 현관과 거실 사이에 수납이 되는 작은 선반을 둬 공간을 구분한다. 큰 가구는 아니어도 되며 현관과 거실을 구분해줄 정도면 된다. 선반 옆에 소파를 두면 아늑하면서 안정된 느낌을 줄 수 있다. 소파의 팔걸이와 선반의 길이가 맞으면 더 깔끔해 보인다. 소파도 쿠션 커버만 바꿔 분위기를 바꿔주는 방법을 쓴다.
비좁은 집을 꾸밀 때 명심해야 할 것은 짐을 덜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신중하게 가구를 들인다. 가구의 키는 낮게 맞춰 집안 공간이 비워진 느낌을 살린다.
나무상판과 벽돌 같은 소재를 활용해 DIY가구를 만들어도 좋다. 벽돌 몇 개를 쌓아놓고 나무 상판을 올려 그 위에 텔레비전을 놓거나 책을 꽂아놓는 식이다. 이리저리 조립해 볼 수 있어 편리하고, 큰 돈을 들이지 않고 나름 캐주얼 한 분위기를 내는 인테리어 효과를 볼 수 있다.
거실을 좀 더 크게 만들고 싶을 땐 베란다의 바닥을 돋아 거실과 같은 바닥재를 깔아준다. 베란다 확장공사를 하지 않아도 동일한 소재의 바닥재가 통일성을 줘 공간이 넓어진 느낌을 준다.
부엌 : 살림 보이게 수납해 외국 부엌같은 인테리어 효과
가벽을 세워 부엌과 거실의 공간을 나누면 좋겠지만, 가벽 조차 세우기 힘든 빡빡한 공간이라면 가능한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이 부엌가구만 늘어놓는 방법이 최선이다. 냉장고와 싱크대, 드럼세탁기 정도를 나란히 놓는 식이다. 되도록 가구 수를 절제하고 단순하게 구성한다.
이때 싱크대 문짝만 교체해도 부엌 스타일이 달라진다. 값싼 나무로 만든 상판도 원목 고유의 따뜻한 느낌이 있어 그런대로 세련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부엌살림이 많은 집은 살림살이들을 드러내놓고 수납하는 것이 낫다. 마치 인테리어 책에서 봄직한 외국 부엌의 모양새로, 많이 써서 검게 그을린 프라이팬을 크기대로 겹쳐서 벽에 걸고, 빈티지한 그릇들을 차곡차곡 쌓아 선반에 올리는 식이다. 숨기는 게 아니라 보이는 수납으로, 그 자체가 인테리어 효과를 준다. 잘못하면 어수선해 보일 수 있으니 나름의 규칙을 정해 수납한다.
‘보이는 수납’은 벽을 가급적 잘 활용하는 게 비법이다. 빈 벽에 나무 선반을 놓거나 행어를 곳곳에 달아 꼼꼼히 수납한다. 한 뼘도 되지 않는 좁은 벽면도 행어를 걸어 활용할 수 있다. 또 행어의 디자인에 따라 빈티지하거나 모던한 느낌을 강조할 수 있다.
침실 : 장식·수납 줄이고 창엔 커튼 한 장만 걸어 마무리
작은 집은 수납을 잘해야 하고, 가구도 낮은 것으로 골라 공간감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작은 가구를 다닥다닥 붙여 아기자기함을 살리는 것도 묘미다. 그렇다고 집의 모든 공간을 오밀조밀하게만 꾸밀 순 없다.
침실은 장식이나 수납을 가능한 배제하는 게 가장 좋다. 침실의 은은한 분위기를 돋우려면 전등이 필수다. 그렇다고 비싸게 주고 살 필요는 없다. 기존에 달려 있던 전등이 보기 싫다면 때어내고 깔끔한 알전구 하나만 달아준다. 침대는 역시 높이가 높지 않은 편이 좋고, 창에는 커튼 한 장만 간단히 걸어 단정하게 마무리한다. 커튼은 단순한 색깔에 무늬가 없는 것이 깔끔하다. 수납이 더 필요하다면 침대 밑을 활용한다. 큰 바구니를 몇 개 구해 침대 밑에 나란히 넣어두고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식이다.
TIP 작은 집을 꾸밀 때, 알아두면 좋은 것들
① 1년 이상 쓰지 않는 살림들을 큰 맘 먹고 정리한다. 기존 살림을 줄여 수납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관건이다.
② 가구 배치를 바꾼다. 의외로 큰 효과가 있다. 새 집에 들어온 것처럼 기분전환이 된다.
③ 빈 벽을 이용한다. 빈 벽에 선반을 얹으면 수납도 할 수 있고, 이것저것 꾸밀 수도 있다. 이때 선반의 소재는 통일한다.
④ 가구를 리폼한다. 쓰던 책상에 새 상판을 얹거나 기존 가구에 새로 페인트를 칠하고, 가구 배치를 바꿔 장식한다.
⑤ 창문이나 방문을 바꾼다. 집에 들어섰을 때 이국적이라든가 감각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데는 창문, 방문, 바닥재나 벽지 같은 마감재의 역할이 크다. 같은 집이라도 창문이나 방문을 조금씩 다른 디자인이나 색깔로 선택하면 놀라운 장식 효과가 난다.
신경옥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1세대. 경원대 실내건축과 디스플레이 강사로 출강한 적 있으며 저서로는 『신경옥 스타일 인테리어 베스트』와 『작은 집이 좋아』가 있다.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사진="FORBOOK"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