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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만화영화 제작 상당 수준

중앙일보

입력

북한의 만화영화 제작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북한은 이미 지난 80년대 중반 프랑스, 이탈리아 등으로부터 만화영화를 수주, 원화 제작 및 채색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탈리아로부터 수주한 〈사자왕 싱바〉를 비롯해 〈라이언킹〉 〈레미제라블〉 〈피프의 모험〉 〈헤라클레스〉 〈포카혼타스〉등의 만화영화를 제작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프랑스에서 수주한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전설〉,〈카스토르 영감의 이야기〉, 이탈리아에서 수주한 〈검은 해적선〉등의 제작도 최근 끝냈다.

이와 함께 프랑스에서 〈고양이 빌리〉 〈토르갈〉, 스페인에서 〈나이고타〉 〈바다탐험〉, 이탈리아에서 〈스파게티가족〉 〈공룡왕자〉등의 만화영화를 각각 수주, 제작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만화영화의 산실은 4.25아동영화촬영소이다. 이 촬영소는 지난 97년께 과학교육영화촬영소로부터 독립하면서 어린이용 영화 제작을 전담하는 영화제작단으로서의 자리를 확실히 굳혔다. 이곳에서는 만화영화 뿐만 아니라 인형영화·지형영화(종이로 만든 동식물 등의 도구를 사용해 만든 영화)도 만들고 있다.

북한은 지난 56년 국립영화촬영촬영소내 만화영화연구원을 설립, 만화영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이 단체가 만화영화제작단으로 확대되면서 60년대 '금도끼와 쇠도끼'라는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북한의 '조선대백과사전'은 "1950년대 말부터 창작되기 시작한 만화영화는 1970년대에 이르러 자기 발전에서 근본적인 전환을 이룩했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 만화영화가 크게 발전했다는 지난 70년대는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가 문화예술부문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던 시기이다.

이 시기(70년대)부터 북한 만화영화의 특징인 △동식물ㆍ사물 등의 의인(擬人)화 △동(우)화적 요소 등이 서서히 정착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이 시기부터 동식물이나 사물 등을 소재로 한 영화가 많이 나타나며 권선징악적 내용이 영화 전반에 걸쳐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북한 만화영화 특징은 〈파철군단〉(71년)과 2부작인 〈날개달린 룡마〉(83년)가 제작되면서 정착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철 수집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된 〈파철군단〉은 의인화 기법과 우화적 요소를 가미, 홍보와 재미라는 완성도 높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때부터 '의인화'와 '우화'적인 요소가 만화영화
제작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김일성 주석이 들려주었다는 동화를 소재로 만들었다는 〈날개달린 룡마〉는 '어린이의 시점'으로 제작돼 '만화영화는 어린이용'이라는 인식을 정착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 작품이라고 북한은 평가하고 있다. 이 작품은 만화영화가 성인들을 주 관객으로 한 '예술영화'를 닮아가는 당시의 경향을 극복하고 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외에도 김 주석이 들려준 동화를 영화화 했다는 〈나비와 수닭〉(77년), 〈두 장군 이야기〉(83년), 김 총비서가 들려준 동화를 기초로 제작했다는 〈호랑이를 이긴 고슴도치〉(84년), 〈도적을 쳐부신 소년〉(85년)를 비롯해 〈다람이와 고슴도치〉(77년∼), 〈소년장수〉(82∼97년), 〈령리한 너구리〉(87년∼) 등을 대표작으로 꼽고 있다. 〈도적을 쳐부신 소년〉은 제1회 평양 비동맹 국제영화제(87.9)에서 만화영화부문 금상을 차지한 작품이다.

북한은 이들 작품을 "지덕체 교양내용을 진실한 동화적 영화형상으로 담아냄으로써 높은 사상예술적 풍격을 갖춰 어린이들의 참다운 길동무로, 아동영화의 본보기로 되고 있다"고 평하고 있다.

이들 작품중 〈소년장수〉 〈령리한 너구리〉등은 북한에서 가장 인기있는 만화영화이다. 특히 김 총비서의 생모인 김정숙이 들려준 동화를 영화화했다는 〈소년장수〉(50부작)는 방영될 때마다 '소년장수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가' '계속편을 빨리 방영해 달라' 등의 편지와 전화가 시청자들로부터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년장수〉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 아들의 역정을 그린 작품이다.

〈영리한 너구리〉는 너구리가 주인공으로 등장, 다른 동물들과의 갈등구조를 통해 선과 악을 대비시키는 권선징악적 내용이다.

한편 만화영화 제작진으로는 손종권, 김용권, 김종철, 김택전, 김명희 등이 유명하다. 손종권은 북한에서 가장 인기있는 〈소년장수〉, 〈영리한 너구리〉,〈호랑이를 이긴 고슴도치〉등을 연출했다.

김용권은 이야기 구성능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손종권과 한 팀을 이뤄 〈소년장수〉, 〈령리한 너구리〉등의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김택전과 김종철은 〈소년장수〉등에서 미술을 담당했으며, 김명희는 〈소년장수〉,〈령리한 너구리〉, 〈도적을 쳐부신 소년〉등의 음악을 담당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연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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