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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장 측근 챙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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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대전시 산하기관 기관장과 직원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대부분 염홍철 대전시장이 측근을 무리하게 기용한 데 따른 부작용이라는 지적이다.

 대전문화산업진흥원에서 경영기획부장(사무관급)으로 일하던 박승규(50)씨는 지난해 11월 갑자기 직위해제 됐다. 대전시 출연기관인 문화산업진흥원은 문화예술에 첨단기술을 접목, 문화산업을 키우자는 취지로 2007년 11월 설립됐다. 박씨는 진흥원 개원 당시 공개 채용됐으며 무기계약직이어서 정년이 보장돼 있다. 그는 염홍철 시장 취임 직후인 2010년 9월 경영기획부장에서 밀려났다. 조직 내 2인자 위치에서 한 등급 아래인 영상사업부장으로 강등됐다. 이후 지난해 11월 취임한 이효정(51) 원장은 박씨의 보직을 박탈하고 대기 발령조치했다. 신임 경영기획부장에는 지난해 8월 이모씨가 채용됐다. 이씨는 2010년 6월 지방선거 당시 염홍철 시장 부인 수행비서로 활동했다. 박씨는 “원장이 무조건 조직을 떠날 것을 요구했다”며 “전임 시장 때 임용된 직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직위해제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지난해 진흥원 연간 예산 규모와 같은 국비 30억 원을 확보하는 등 업무성과를 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직원 보직 재조정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라며 “박씨에게 그만두라고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진흥원 관할 기관인 대전시 과학기술특화산업추진본부 양승찬 본부장은 “문화산업진흥원 자체 인사문제에 시가 참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원장에 대한 처우와 근무방식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중견 탤런트인 이원장의 연봉은 1억2000만원으로 전임자(8000만원)에 비해 50% 많다. 전국 지자체 산하 문화산업진흥원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대전시가 “자질과 능력에 비해 연봉이 낮다”는 이유로 크게 올린 것이다. 시는 이원장에게 1억8000만원 상당의 관사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원장은 매주 목요일에는 드라마 촬영을 이유로 결근한다. 이원장은 “공식 연가를 내고 자리를 비우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프로축구 대전시티즌 김광희 사장이 최근 사퇴했다. 시티즌 골키퍼 최은성 선수와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물의를 빚은 데 책임을 지고 중도 사퇴한 것이다. 대전시티즌 구단주는 염홍철 시장이다. 최 선수는 “연봉협상 과정에서 김 전 사장으로부터 ‘저 XX때문에 잠도 못잤다’는 등의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사장은 지난해 7월 취임 때부터 부적절한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는 염 시장 재임시절인 2005년부터 2년간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으로 일했다. 당시 가족 명의 콘도를 도시철도 공사에 매각해 감사를 받기도 했다. 염시장은 “그만한 능력을 갖춘 인물이 드물다”며 감싸왔다.

 대전참여연대 금홍섭 사무처장은 “대전시가 도덕성 등 명확한 검증 기준 없이 ‘시장 측근 챙기기’ 인사를 하다 보니 인사 때마다 말썽을 빚고 있는 것”이라며 “인사청문회 도입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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