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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풍 불지 역풍 될지 … 총선 앞둔 새누리·민주당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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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4월 12일에서 16일 사이. 북한이 밝힌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점이다. 4·11 총선 직후다. 이처럼 국내 정치 일정과 겹쳐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이슈는 총선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북풍(北風)이 불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최고위원은 17일 “북한은 광명성 3호 발사를 즉각 취소해야 한다”며 “(북한의 장거리 발사체 실험은) 북·미 고위급 회담에서 지난 2월 29일 합의한 사항을 위배한 것”이라고 밝혔다. “총선을 앞둔 한국정치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행동으로 평화를 지키려는 세력에게 타격을 주고 강경론자들의 입장을 살려주는 행위”라고도 했다.

 하지만 그를 제외하곤 여야 모두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 새누리당은 황영철 대변인이 서면을 통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할 것”이라는 논평을 냈을 뿐이다. 민주통합당은 공식 논평 없이 당 관계자를 통해 “예의주시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북풍 변수의 예측 불가능성’ 때문이다. 명지대 김형준(정치학) 교수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안보 문제는 선거 국면에서 보수 쪽에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북풍에 대한 국민의 학습효과, 북한을 더 이상 위협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시각, 평화를 선호하는 분위기, 위기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정부와 집권여당에 대한 비판….

 역대 주요 선거에서 북한 변수가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살펴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 변수는 집권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래픽 참조>

그러다 2000년대 들어 상황은 확연히 달라진다. 2000년 4월 10일 총선을 사흘 앞두고 김대중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을 발표했다. 그러나 결과는 여당의 패배.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치러진 6·2 지방선거에서도 역시 여당이 참패했다.

 새누리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위기관리 부재 논란’으로 비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모든 책임이 MB정부에 있다는 식으로 문제를 몰고 가려는 게 북한의 계산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형준 교수도 “MB정부 심판론을 더욱 부각시키려는 북한의 의도가 보인다”고 했다.

 민주통합당도 조심스럽긴 마찬가지다. 당 관계자는 “이번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보다는, 대북 관계개선과 평화 정착을 위해 우리가 어떤 비전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정옥임 의원은 “정말 국민에게 대북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야당의 모습을 갖췄는지가 (민주통합당에)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역대 선거에 영향 미친 북한 변수

▶1987년 12월 16일 대선
- KAL기 폭파범 김현희 국내 압송(대선 하루 전 12월 15일) → 민정당(여) 노태우 후보 당선

▶1992년 12월 17일 대선
- 남조선노동당 및 ‘이선실 간첩단’ 사건과 관련, 민주당 부대변인 김부겸 구속(11월 20일) → 민자당(여) 김영삼 후보 당선

▶1996년 4월 11일 총선
- 북한군 정전협정 파기하고 판문점 무력시위(4월 5~7일) → 신한국당(여) 총선에서 1당, 139석 획득

▶2000년 4월 13일 총선
- 김대중 정부 남북 정상회담 발표(4월 10일) → 한나라당(야) 총선에서 1당(133석) 차지

▶2010년 6월 2일 지방선거
- 천안함 사건 발생(3월 26일) 및 정부의 조사 결과 발표(5월 20일) → 민주당(야) 광역단체장 9곳 등 자치단체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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