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이 많아 ‘건설사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대구. 최근 지방 주택시장 온기가 이곳에도 확산돼 미분양이 크게 줄고 있다. 1월 말 기준으로 7477가구로 지난해 1월 1만2380가구에 비해 40%나 되는 5000가구 가까이 감소했다. 지방 5개 광역시 중에서 가장 큰 감소폭이다.
하지만 여전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많다. 5525가구로 전체의 74%를 차지한다. 대부분(93%) 전용면적 85㎡ 초과의 중대형이다.
이런 대구에서 한 달 새 중대형 준공 후 미분양을 400억원 넘게 판매한 아파트가 있어 눈길을 끈다. 달서구 감삼동에 2010년 8월 입주한 대우 월드마크 웨스트앤드 주상복합아파트다. 이 단지는 모두 중대형인 전용 99~176㎡형 994가구로 이뤄져 있다. 대우건설이 시공한 지상 33~45층의 초고층이다. 입주한 지 1년4개월이 지나도록 미분양 몸살을 앓다 지난달 이후 75가구가 팔려 나가면서 미분양 해소에 탄력이 붙었다. 한 달 새 팔린 주택의 판매금액은 400여억원에 달한다. 미분양이 한꺼번에 팔린 이유가 뭘까. 먼저 분양가를 낮춰 수요자들의 부담을 줄였다.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큰 주택형인 전용 125~176㎡형의 3.3㎡당 분양가를 이보다 더 작은 113㎡형(1000만~1050만원) 이하로 조정했다.
분양대행사인 국진하우징 김국진 사장은 “작은 주택형과 큰 주택형 간 가격차이가 줄어들자 좀 더 넓은 집을 원하던 수요자들이 계약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첨단시스템과 고급 커뮤니티 시설이 고급주택 수요를 자극했다. 이 단지에는 웬만한 시설을 자동으로 작동할 수 있는 홈네트워크 시스템과 첨단 보안 시스템을 비롯해 사생활 보호를 위해 호텔식 로비가 설치돼 있다. 커뮤니티 시설로 손님을 따로 모실 수 있는 세스트룸, 연회장 등도 갖추고 있다.
입지여건도 작용했다. 대구지하철 2호선 죽전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 아파트인 데다 인근에 대구지법 서부지원, 대구지검 서부지청 등 법조타운이 형성돼 있다.
인근 유명공인 유상권 사장은 “지난해부터 대구지역 집값도 꽤 오르면서 큰 집과 작은 집 간 가격 차이가 줄어든 데다 입지여건이 괜찮은 초고층 브랜드 단지여서 수요자들의 입질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