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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예수는 혁명가다, 자기애를 인류애로 바꾼 혁명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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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폴 존슨의 예수 평전
폴 존슨 지음
이종인 옮김, RHK
264쪽, 1만3000원

영국의 저명 역사저술가 폴 존슨이 신약성경의 4복음서(마태오복음, 마르코복음, 루가복음, 요한복음)를 토대로 예수의 생애와 가르침을 재조명했다. ‘기독교 신자의 입장에서 저술한 전기’라는 부제가 불어 있다. 신이 존재하는가를 놓고 전개된 서양의 오랜 논쟁에서 저자는 예수의 존재와 신성을 믿는 쪽에 서 있다. 다위니즘에 입각해 무신론을 전파하는 과학자들의 ‘지식우월주의’를 비판한다.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도 비판의 대상이다.

 저자와 믿음을 공유하는 이라면 ‘생명의 말씀’을 재확인하겠지만, 믿음이 다른 이에게는 ‘의혹덩어리’의 답답함이 느껴질 수 있다. 의혹에 비중을 더 둔다고 하더라도, 저자가 비교적 간결하게 정리한 예수의 삶 자체를 도외시할 것까지는 없을 것 같다. 서양 철학·역사·예술 전 방면에서 예수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예수 논쟁 그 자체가 하나의 역사이고 교양이 되어버린 것이다.

 존슨이 볼 때, 4복음서는 빛과 어둠이 갈등하는 언어의 무대다. 예수의 메시지는 강력한 명암의 대비 속에서 전개된다. 예수 가르침의 본질은 하느님과 이웃을 나의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것이었다.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이웃이고 인간의 동지애는 부족, 종족, 피부 색깔, 국가 등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친절과 자비에 달려 있다”고 하는 저자의 해석을 보면 예수의 메시지는 편협하지 않다.

 예수는 전통 유대교 체계를 바꾼 혁명가였지만 저자는 이를 정신과 내면의 혁명으로 풀어낸다. “예수의 혁명은 이기심과 탐욕, 잔인함과 편견, 분노와 욕정을 극복하려는 혁명이었다. 자기에 대한 사랑을 인류 전체에 대한 사랑으로 바꾸어놓으려는 혁명이었다.”

 저자는 지식으로 종교를 파악하려는 시도를 경계한다. 선량함보다 지식을 더 중시할 수 있느냐고 하는 도덕적 물음의 여운이 길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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