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팔면 ‘땡’인 론스타가 사람 키웠겠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윤용로

“론스타 때와 같은 고액 배당은 없다. 사회공헌을 늘리고, 인재 양성에 더 투자하겠다.”

 윤용로 외환은행장이 15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9년간 외환은행의 주인이었던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확실히 선을 긋겠단 얘기다. 실제로 외환은행은 13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그간 논란을 빚은 매 분기말 배당을 없앴다. 이 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지주와 함께 가칭 ‘KEB하나재단’을 만들어 대학생 학자금 대출 지원 등에 500억원씩 출연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배당만 챙기고 사회공헌은 요리조리 피해간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이다. 윤 행장이 “그간 고객 입장에선 외환은행에 서운한 점이 있었을 것”이라고 운을 뗀 이유이기도 하다. “팔아버리면 ‘땡’인데 론스타가 사람을 키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란 말도 했다.

 외환은행 노조가 오랫동안 하나금융으로의 인수를 반대했다는 것도 부담이다. 윤 행장은 이에 대해 “지금은 새 학기에 새 짝을 만난 격”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이 워낙 좋은 와인이어서 ‘디켄팅(오래된 와인의 찌꺼기를 없애려고 다른 용기에 옮겨 따르는 것)’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도 했다.

 문제는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줄 순 없다는 점이다. ‘론스타 9년’ 동안 외환은행의 해외영업망은 많이 위축됐다. 미국 지점 철수가 대표적이다. 국내 점포도 론스타가 9년간 35개밖에 안 늘리는 바람에 356개에 불과하다. 윤 행장은 “중국·인도네시아 등 ‘동아시아 벨트’와 미국의 교포 금융시장, 남미 등지로 진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국내 영업망의 경우 은행 점포의 역할이 갈수록 줄고 있어 그간 적게 늘린 게 되레 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한 지붕 두 은행’의 효과가 하나은행에 유리한 쪽으로만 나타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윤 행장은 “이달 들어 두 은행이 자동화기기 등을 함께 쓰기로 결정한 뒤 외환은행 고객이 혜택을 본 비율이 더 높다”며 이를 일축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에 약속한 ‘5년 독립경영’이 끝난 뒤도 문제다. 현재 반경 100m 안에 두 은행 점포가 다 있는 지역이 48곳이나 된다. 그는 “한쪽을 그냥 없애는 게 아니라 재배치를 통해 효율을 높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임시 주총에서 자신의 임기가 3년에서 2년으로 줄어든 것에 대해선 “지난해 하나금융에 3년 임기로 취임(부회장 겸 상임이사)했으니 이제 2년 남은 것 아니냐”며 에둘러 피해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