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수퍼리치는] 금값 1600달러 선 내리자 ‘골드 바’ 사서 절세효과 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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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금값이 급락했다.

 올 들어 온스(트라이온스, 31.1g)당 1700달러대를 유지해오다 최근 1600달러 선 아래로 내려오더니 15일엔 50달러 이상 급락한 1643달러에 거래됐다. 금값이 떨어졌다는 소식에 지난해 12월 서울 역삼동 신한은행 신한PB 스타타워센터에서 골드 바 3㎏을 사들인 고객 김모(65)씨가 이곳 문용주 센터장을 급하게 찾았다. 투자한 금 자산 값이 떨어져 손해를 볼까 걱정됐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금을 더 사려는데 지금이 혹시 적기가 아닌지 상의하기 위해서다.

 문 센터장은 “올 들어 금값 고공행진으로 투자 시기를 관망하던 수퍼리치가 최근 금값이 하락하면서 골드 바 구매에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온스당 1500달러대였던 지난해 12월 중순에 비하면 여전히 비싼 편이지만 1900달러에 육박하던 지난해 8, 9월과 비교하면 금 투자에 나서기 좋은 때라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그는 “스탠다드 차타드의 스티브 브라이스 최고투자전략가(CIO)도 최근 1600달러 선이 금에 투자하기 좋은 시기라고 했다”고 전했다. 올해 금값이 2000달러를 넘는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금이 세계 경제 상황에 따라 출렁임이 크다는 점이다. 가격 변동이 심해 단기 투자용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수퍼리치가 골드 바에 관심을 갖는 주된 이유는 세금이다. 실물로 금을 사면 구입할 때 부가세 10%를 낸다. 하지만 나중에 다시 되팔 때는 양도차익을 남긴다 해도 전혀 세금을 내지 않는다. 금융소득 종합과세는 물론 올해 도입될 소득세 누진제도, 소위 ‘한국판 버핏세’를 피해갈 수 있는 투자 수단인 셈이다. 또 오랫동안 보유한 후 상속이나 증여에 활용하려는 목적으로 사기도 한다. 통상 세금을 내는 시점에서 10년 이전의 자금은 출처를 잘 묻지 않기 때문에 10년 이상 금 실물로 보관했다가 자녀에게 상속하려는 복안이다. 현금화가 쉽다는 점도 수퍼리치가 금 투자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부동산은 갑자기 현금화하기 쉽지 않지만 골드 바는 은행 문만 열려 있으면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다. 또 부동산은 급하게 팔려고 할수록 값이 떨어지지만 금은 달러를 바꿀 때와 마찬가지로 파는 시점의 국제 시세대로 항상 제값을 받는다.

 15일 현재 골드 바 1㎏의 가격은 부가세를 합해 6900만원 정도다. 1㎏만 산다고 하면 웬만한 사모펀드 최소 가입금액보다도 적은 돈이다. 게다가 10g, 100g짜리 골드 바도 있다. 그러나 문 센터장은 “금 실물은 적어도 금융자산 50억원 이상인 수퍼리치한테나 어울리는 투자 수단”이라고 선을 긋는다. “낚시하듯 오래 묻어두고 기다려야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또 “아무리 수퍼리치라도 금융자산의 10%만 제한적으로 투자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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