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내의지원 전말 오리무중]

중앙일보

입력

북한에 보내려 했던 겨울내의 지원사업이 당사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의문점을 안고 있다.

태창은 지난 7월 내의를 만들기 시작했다는데, 태창과 계약한 발주처는 나서지 않았으며 태창도 사업을 추진한 구체적인 배경은 밝히지 않고 있다.

◇ 앞서 나간 전경련〓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은 "다른 곳에서 북한을 지원하려는 것을 보고 재계 차원에서 도울 일이 없을까 생각해 검토한 일" 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단순 검토' 였다면 왜 전경련 실무진은 태창.쌍방울.백양.니트연합회측 임원을 불러 구체적인 생산 협의를 하고 대한적십자와 접촉했을까. 전경련은 의류시험연구원에서 내의규격 등을 검사하는 항목서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 전부 이야기하지 않는 태창〓태창은 파문이 커지는데도 애써 발언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이주영 사장은 지난 27일 "내의를 북한에 보내는 일을 성사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아직 대응할 단계가 아니다" 고 말했다.

그는 계약서 한장 없이 전경련이 나서기 한달 전부터 미리 내의를 생산해온 배경도 밝히지 않았다.

태창은 ▶당국의 언질을 받았는지▶남북정상회담 이후 대북지원 분위기가 무르익은 틈을 타 사업재원을 끌어들이려 했는지▶사업을 서두른 배경 등을 밝혀야 한다.

태창은 지난 3월 북한 아태위원회와 겨울내의 2천만벌을 보내기로 합의서를 작성하고 통일부 등 정부 당국과 접촉했다.

◇ 거리 두는 정부〓정부 관계자는 "7월 초부터 검토하다가 9월 초 북한에 보내지 않기로 해 중단한 일" 이라고 밝혔다.

니트연합회측과 협의는 했지만 사업 추진과 관련,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7월 초 내의 지원을 검토했는데 9월 초 다른 품목으로 바꿀 때까지 두달 동안 과연 사업을 전혀 진행시키지 않았을까.

이와 관련, 태창의 李사장은 "3월 초 북한과 계약했지만 연불(외상)수출 조건이라 본격 추진하지 않았는데 6월 말부터 북한에서 필요한 양과 반입 절차 등을 담은 공문을 보내와 나섰다" 고 말했다.

◇ 화의상태 기업과 '큰 거래' 한 하청업체〓하청업체들은 태창이 화의상태로 어려운 기업인데도 수백억원 규모의 내의 생산계약을 했다.

윤이기 전북니트조합 이사장은 "1998년 태창이 화의에 들어간 뒤에도 거래 어음은 꼬박꼬박 결제하는 등 신뢰도는 좋은 편이었다" 며 "대북사업이란 태창측의 말을 듣고 뒤에 정부가 있는 것으로 알았다" 고 말했다.

그는 "대북 지원용 물건이라고 해서 단가도 깎아주었다" 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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