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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스타] 골프 국가대표 천안고 함정우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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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골프선수를 꿈꾸는 함정우(18)군이 천안 상록리조트의 한 골프장에서 힘찬 스윙을 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골프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아주 뜻밖의 일이었어요. 초등학교 6학년때 집 근처에 있는 실내 골프 연습장에서 호기심에 무작정 골프채를 휘두른 것이 처음 시작이었으니까요.” 골프를 실내 골프 연습장에서 공놀이 하는 것 정도로 알았던 어린 꼬마가 사고(?)를 쳤다. 천안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함정우(18)군이 골프 입문 5년 만에 국가대표 상비군(2011~2012년)으로 발탁돼 맹활약하고 있는 것.

골프를 시작할 때 만해도 정우는 국가대표나 PGA(미국프로골프·Professional Golfers’ Association) 선수를 꿈 꾸진 않았다. 그런 것은 아예 관심조차 없었다. 그저 좋아하는 운동을 한다는 자체로 만족감을 느꼈고 그때문에 뚜렷한 목표도 없었다. 이처럼 아무런 목표도 없이 하루하루 시간만 보내던 정우에게 ‘세계적인 골프 선수’가 되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게 된 특별한 사연이 있다.

 정우의 머릿속에 우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남아공의 골프스타 ‘어니엘스’의 등장이 그 시작이었다. 골프를 시작한 지 1년이 넘었을 즈음, 정우는 우연한 기회에 우정힐스 CC에서 열린 코오롱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 어니엘스의 인상 깊은 플레이를 가슴에 새겼다.

 “세계적인 선수가 골프를 하는 모습을 난생 처음 봤어요. 다른 프로선수들도 많았지만 유독 어니엘스의 경기가 눈에 들어왔어요. 그날 집에 오자마자 인터넷을 통해 어니엘스에 대한 자료를 찾아봤죠. 실력은 물론이고 장애인를 돕기 위해 어니엘스재단까지 설립할 정도로 많은 선행을 실천하는 선수였어요. 그때 처음 생각했었죠. 세계 무대에서 어니엘스와 경기하는 제 모습을 … .”

 그러나 정우가 결정적으로 골프에 심취하게 된 계기는 바로 뒷바라지하는 부모님 때문이었다. 탁월한 골프 실력만큼이나 효심이 깊은 정우는 중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나만 즐거우면 된다’는 이기적인 마음뿐이었다. 대회가 있으면 그냥 출전하면 되는 것이고 성적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이 될 무렵, 자신이 골프를 배우는 동안 엄청난 비용이 투자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제서야 정우는 철없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기만 했다.

“아버지는 천안시 공무원입니다. 집안 형편은 그리 넉넉하지만은 않아요. 그래도 아들이 골프를 한다니까 부모님은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저를 뒷바라지 하는 일에만 집중하세요. 대학생인 누나도 저 때문에 많이 손해를 보고 있어요. 어머니가 대회 출전 때 마다 항상 따라다니면서 컨디션 조절을 해주느라 누나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거든요. 그런데도 저는 그런 부모님의 마음도 모른 채 한동안 허송 세월을 보낸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죄송하죠.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어요. 부모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거예요.”

 정우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혹독한 훈련으로 대신했다. 매일 10시간씩 맹훈련을 했고 라운딩을 나갈 때면 한타, 한타 신중함을 잃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해 박카스배 전국시도학생골프선수권대회에서 2위의 성적을 올렸고 익성배 매경 아마추어 골프 선수권대회와 허정구배 한국아마추어골프 선수권대회(각각 6위)에서는 10위권 안에 드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올해는 국가대표 상비군을 넘어 국가대표에 선발되고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천안고 김용기(사진) 감독교사는 “정우의 최고 장점은 성실함과 착한 인성”이라며 “2년째 정우를 지켜보고 있지만 골프 외에 다른 어떤 것에도 한눈 팔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앞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골프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정우는 “가장 닮고 싶은 선수가 어니엘스와 최경주 프로다. 그들은 세계적인 선수라

는 타이틀에 걸맞게 많은 선행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훌륭한 선수가 된다면 가족들은 몰론,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랑도 베풀 줄 아는 인정 넘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글=최진섭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어니엘스=남아프리카공화국(1969년 10월 17일) 출신으로 2010년 유러피언 투어 남아프리카 오픈 챔피언쉽 우승, 2010년 PGA 그랜드슬램 우승 등의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2011년 5월에는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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