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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돌고래 ‘제돌’ 8억 들여 제주로 돌려보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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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2일 서울대공원 서울동물원에서 박원순 시장이 제주도로 돌아가게 된 제돌(오른쪽) 등 돌고래들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공원 서울동물원 돌고래쇼에 출연하는 남방큰돌고래 한 마리가 고향인 제주도로 돌아가게 됐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은 8억7000만원이다. 서울시는 3년 전 서울동물원이 구입한 남방큰돌고래 ‘제돌’(13)이 제주도 주변 해안에서 불법 포획된 것이라는 시민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야생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또 연간 100만 명이 관람한 돌고래쇼도 동물학대라는 시민단체 주장에 따라 19일부터 중단된다. 쇼를 계속할지는 이달 중 시민 토론을 통해 결정하게 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서울동물원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그는 “시장이 돌고래 한 마리 돌려보내는 문제에 직접 관여해야 하는지 고민도 했지만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보는 의미가 있어 이렇게 결정했다”며 “제돌이가 한라산이 있고 구럼비 바위가 있는 제주도에서 마음껏 헤엄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보호단체들은 서울동물원 돌고래 다섯 마리 중 제돌과 금등(20), 대포(18) 등 세 마리가 돌고래공연 업체 퍼시픽랜드에서 불법으로 잡은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들은 또 돌고래쇼는 동물을 학대하는 공연으로 중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번 결정으로 제돌은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같은 종인 금등과 대포는 동물원에 남는다. 돌고래의 평균 수명은 약 20년인데 이들은 워낙 노령인 데다 동물원 생활이 10년이 넘어 야생에서 생존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제돌을 돌려보내는 일도 만만한 일은 아니다. 자칫 바다에 풀어놓고 적응하지 못하면 오히려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제주도 해안에 야생 방사장을 설치해 적응 훈련을 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제돌은 내년 6월까지 스스로 먹이를 잡고 수족관 물보다 차가운 바닷물에 적응하는 시간을 갖는다. 전문가들은 제돌이 야생에서 생존할 가능성이 70%인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대공원은 제돌에게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달아 지속적으로 관찰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3년 가까이 동물원에서 지낸 제돌이 야생 무리에 끼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도에 100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남방큰돌고래는 5~15마리씩 무리 지어 생활한다. 여기에 끼지 못하면 방사는 실패로 돌아간다. 이원효 서울대공원장은 “제돌이 야생 적응에 실패하면 다시 동물원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학대 논란이 제기된 돌고래쇼의 존폐 여부는 시민 토론에 부쳐진다. 서울시는 이달 중 시민대표 100명에게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제돌을 돌봐온 조련사들은 이날 동물보호단체가 돌고래쇼를 ‘학대’로 표현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12년간 돌고래 조련사로 근무한 박상미(32·여)씨는 “돌고래쇼는 동물에 대한 애정과 교감 없이는 진행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하다 끝내 눈물을 보였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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