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개인기 없는 축구의 한계

중앙일보

입력

개인기가 없는 축구는 오래 버티지 못했다.

한국은 26일(이하 한국시간) 밤 열린 제12회 아시안컵축구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선수 전원이 몸을 사리지 않고 선전했으나 개인기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의 두 차례의 공격에 어이없이 허물어지고 말았다.

한국 선수들은 상대의 미드필드 공격을 봉쇄하기 위해 2-3명이 상대 공격수를 둘러싸며 압박해 들어갔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유연한 몸놀림으로 한국 수비를 제치고 최전방 공격수에게 연결하는 능력에서 한 수 위였다.

수비수의 개인기도 문제였다.

홍명보와 김태영, 심재원이 상대의 투톱 알 자베르와 알 메샬을 부지런히 따라다녔으나 순간적인 돌파와 정확한 패스로 수비진을 따돌리는 공격수를 마크하기는 역부족이었다.

미드필더진의 수비가담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영표와 박지성, 최성용이 많이 움직이며 압박했지만 역습을 당하는 순간에 적극적으로 미드필드에서 상대 공격을 끊지 못해 위기를 불렀다.

공격에서는 경기를 풀어나가는 플레이메이커의 부재가 여실히 드러났다.

상대가 중앙수비에 치중, 상대적으로 측면에 공간이 많이 생겼지만 정확한 패스가 나오지 않았고 이영표도 상대 미드필더 알 템야트를 막느라 빠르게 측면을 침투하지 못했다.

또한 이동국과 유상철, 후반 교체멤버로 투입된 설기현은 스트라이커로서 스스로 득점기회를 만들지 못했고 팀동료에게 밀어주는 능력도 부족해 상대 수비수에게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허정무 감독도 "상대보다 특별한 개인기가 없는 선수들로 4강까지 오른 것만 해도 기적이다. 무엇보다 수비수들의 태클 기술, 경기를 읽는 능력 배양이 시급하다"며 한국축구의 문제점을 인정했다. (베이루트<레바논>=연합뉴스) 최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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