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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전화 섰던 자리 PC방 들어선다

중앙일보

입력

PC방에 이어 유·무료 공중 인터넷PC가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다. 은행이나 관공서, 극장 등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미용실의 필수품이 되고 있다.

요즘 공중전화 부스에 줄 서 있는 사람들 모습 보기가 힘들어졌다. 휴대폰 보급 덕분이다. 웬만한 카페나 극장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도 공중전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공중전화가 사라지고 있는 자리에 하나둘씩 공중 인터넷PC가 자리잡고 있다. 공중 인터넷PC란 공중전화처럼 동전을 넣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컴퓨터를 말한다. 길에서 잠시 간단한 정보를 찾거나 메일을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PC방을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또 할 일 없이 자기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미용실이나 카페, 극장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인터넷만큼 시간 보내기 좋은 도구도 없다. 이제 길거리 공중전화 부스에선 ‘여보세요’라는 말 대신 마우스를 잡고 클릭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보게 될지도 모른다.

현재 공중 인터넷PC 시장에 뛰어든 업체는 10여 개에 달하고 있다. 주로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 집중되어 있지만 올 하반기를 거치며 전국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현재 시중에 보급되고 있는 공중 인터넷 단말기는 크게 PC기반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형태와 무인 서류자판기 기능의 키오스크로 구분되어 있다.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 중에서도 모든 사이트를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는 제품이 있는가 하면 업체에서 초기에 세팅시킨 몇몇 사이트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제품도 있다. 또 과금 형태에 따라 동전을 넣고 사용하는 유료형이 있는가 하면, 광고를 보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도 있다.

공중 인터넷PC가 주로 보급되는 장소는 은행, 터미널, 관공서 등 공공기관이나 극장, 미용실, 카페, 학교 구내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

군부대 보급으로 알려져

공중 인터넷PC 보급에 나선 선두주자는 팝컴네트. 팝컴네트는 32만 화소의 카메라를 내장한 공중 화상인터넷PC 팝컴으로 군대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 국방부의 군 인터넷 화상면회소 사업자 입찰에서 최종 사업자로 선정돼 내년까지 전군 대대급 이상 2천9백여 부대에 각 2대씩 5천8백여 대를 설치할 계획으로 있다.

군부대에 이어 동서울터미널, 군포시청, 롯데월드, 서울 중앙병원 등에 단말기를 보급한 상태다. 금융권과의 단체계약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조흥은행 전 지점에 5백대 공급계약을 맺은데 이어, 대구은행에 1백 대, 하나·서울은행 등과 전 지점 설치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팝컴네트의 최승혁 사장은 “초고속통신망을 무료로 공급하고 유무료 서비스 모두 지원하고 있다”며 “무료의 경우 광고수입을 통해 수익을 확보할 계획이며, 유료를 원할 경우 코인박스를 설치하고 별도의 과금 솔루션을 설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은넷은 서울을 비롯, 부산, 광주, 대전 등 지방 대도시를 대상으로 전국화에 나섰다. 최소 사양의 제품 경우 1백20만원부터 시작, 2백50만원대 제품까지 선보이고 있다.

조은넷의 김장원 이사는 “공중 인터넷PC용으로 별도 제작한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호환성이 뛰어난 것이 장점”이라며 “기존 PC에 코인박스만 부착할 경우 20만원대면 설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은넷은 대전 유성터미널을 비롯, 극장, 어학원, 미용실 등 1백80여 곳에 공중 인터넷PC를 보급한 상태. 예약 가입자도 4백여 곳에 이른다고 밝혔다.

‘웹텔’이라는 이름의 단말기를 보급하고 있는 케이디넷은 다른 공중 인터넷PC와 달리 LCD 모니터를 부착한 고급형 단말기를 선보이고 있다. 고급형이기 때문에 미용실이나 카페 등 개인업소보다 백화점이나 공항 등을 중심으로 보급하고 있다.

터치 스크린 방식을 도입, 길에 서서도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이 장점이다. 국내 전화의 경우 광고를 보면 3분간 무료통화를 할 수 있어 전화기 대용으로도 사용된다.

결제수단도 신용카드는 물론 공중전화카드, 동전 등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최근 인천국제공항 입찰에서 6백 대를 납품하기로 한 상태다. 하지만 ‘웹텔’은 자체적으로 지정한 사이트만 방문하도록 제한되어 있는 것이 단점이다.

노커테크놀로지의 이스테이션과 유가정보기술의 인터넷게이트 등도 30∼40개 정도의 제한된 사이트만 접속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단말기들이다. 도메인을 입력해 웹사이트로 이동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기에 입력된 사이트만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

버튼 하나만 누르면 해당 사이트로 바로 접속되는 편리함이 있지만 원하는 사이트를 찾아들어갈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이런 단말기 업체들은 웹사이트 운영회사로부터 사이트를 소개하는 대가로 광고비를 받는 대신 사용자들에게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민텔의 멀티폰 2000, 효동전자의 멀티미디어폰, 피처텔레콤의 피처넷폰 등은 전화 기능에 인터넷을 결합시켜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멀티미디어폰의 경우 전자화폐를 이용해 전화뿐 아니라 e메일 전송, 인터넷 검색 기능을 지원하며 전자화폐 업체인 몬덱스코리아와 제휴, 전자화폐 충전기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그밖에 지한정보통신의 빅콜, 대아미디어테크의 eyemall2000, 터치넷의 웹키오스크 등은 무인 정보시스템인 키오스크를 공급하고 있는 업체들이다.

공중PC 기반으로 포털 꿈꿔

키오스크 단말기들은 인터넷 이용보다는 공공장소에서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 위주로 단말기가 구성되어 있다. 인터넷 기능보다 처방전, 민원서류 발급 등 설치 장소에 따라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주로 병원이나 행정기관 등을 중심으로 보급 중에 있다.

공중 인터넷PC 시장에 수많은 업체들이 뛰어들고 있는 것은 확실한 수익성이 보장된다는 점 때문이다. 우선 단말기 판매에서 매출이 발생하며 여기에 광고를 게재할 경우 부수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또 대부분 첫 페이지를 자사의 홈페이지로 설정해 두고 있기 때문에 홍보 효과도 뛰어나다.

조은넷의 김장원 이사는 “단말기 보급이 늘어날수록 우리 회사의 홈페이지 노출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단말기 판매업체가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야후나 다음 같은 포털 사이트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설치하는 업소의 입장에서도 고객에 대한 서비스는 물론 이 단말기를 통해 수익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반응이 좋은 편이다. 분당 50원의 사용료를 받을 경우 하루 2∼3시간만 사용해도 월 10만원 이상의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말기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도 지적되고 있다. 우선은 수익모델에 대한 문제. 광고를 유치하고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단말기 판매에 급급해 관리가 부실한 경우도 눈에 띄고 있다. 제한된 사이트만 접속하도록 고정시켜 놓은 단말기는 콘텐츠가 부실해 정작 필요한 정보는 찾을 수 없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공공기관에 아무 쓸모없이 방치되어 있는 비싼 단말기들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2년 안에 50만 대 이상의 공중 인터넷PC가 보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거리에서 동전 하나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될 것이다. 골목마다 이어진 PC방 붐이 이제 거리에서 재현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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