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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만 600명' 문재인, 女사인 요청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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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9일 부산시 사상구 덕포동에서 출근 인사 도중 여성 은행원이 요청한 사인을 해주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야권의 잠재적 대권 주자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출마하는 부산 사상구는 4·11 총선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여야 모두 이기는 쪽이 총선의 사실상 승자가 된다. 문 후보의 승리는 경쟁력이 검증된 대권 주자의 탄생이기도 하다.지난 9일 오전 8시 부산시 사상구 덕포동의 한 버스정류장. 출근 인사에 나선 노란색 점퍼 차림의 문 후보에게 인근 B은행의 여직원 3명이 다가와 불쑥 A4 용지를 내밀며 사인을 부탁했다. 이 중 한 명이 수험생인 가족의 이름을 대자 문 후보는 “합격을 기원합니다”라고 썼다. 사인 공세에 가세했던 행인 류동균(34)씨를 쫓아가 물어봤다. 그는 “새누리당은 각종 비리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문재인씨는 정치에 나가면 깨끗한 정치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그 사이 도로 건너편을 달리던 택시의 기사는 차창을 내린 뒤 문 후보에게 손을 흔들며 지나쳤다.

한 시간가량의 출근 인사에선 문 후보를 외면하며 지나가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악수를 청하는 행인이 더 많았고 경적을 울리는 차량도 이어졌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직장인도, 자전거를 멈추고 “반갑습니데이”라며 인사하는 50대 남성도 있었다. 세 시간 후 문 후보는 감전동 감전시장 골목의 한 약국에 들어섰다. 문 후보를 알아본 손님 허문갑(69)씨가 “열심히 하이소”라며 문 후보에게 박카스를 건넨다. 그는 “(새누리당은) 젊은 아를 냈으니 말이지…”라며 혀를 차기도 했다. 2008년 18대 총선 당시 민주당은 부산 사상구에서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그런 곳에서 이제 문 후보는 어깨띠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확보했다.

이날 오전 사상구 괘법동의 문 후보 선거사무실에 들어서자 노란색 ‘자원봉사자’ 표식을 붙인 이들이 외부 인사를 맞는다. 문 후보 측에 따르면 “등록된 자원봉사자만 600여 명”이다. 방문객이 몰리는 오후엔 적으면 하루 40여 명, 많으면 100여 명에 달할 정도로 사무실은 문전성시(門前成市)라고 한다. 그런 그를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윤건영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 참여정부 인사들이 안팎에서 돕는다. 문 후보는 지난 7일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를 크게 앞섰다.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34.5%)과 민주통합당(34.1%)이 비슷한데도 문 후보는 44.5%로 손 후보(25.1%)를 눌렀다.

하지만 수면 아래 숨겨져 있는 부산 보수층들의 견제심리도 만만치 않다. 문 후보의 선거사무실로부터 300여m 떨어진 구두 수선 부스를 운영하는 유정수(55)씨에게 물었다. 그는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기라예. 손님들 얘기 들어보니 문재인씨가 당선되면 대선 나갈 텐데 그게 마땅치 않은기라”라고 답했다. 감전동 새벽시장의 상인 이명덕(70)씨도 “당선되면 대선 출마할낀데 그래서 사상이 발전하겠나”라고 말했다. 이호철 전 수석은 “우리 상대는 손 후보가 아니라 그 뒤에 숨어 있는 막강한 새누리당 지지세”라고 표현했다.

9일 감전시장을 찾은 문 후보에게 물었더니 긴장감이 느껴졌다.
-새누리당이 정치 초년생을 경쟁자로 낸 것 아닌가.
“후보 간 격차가 어디 있겠나. 우리는 부산에서 살아남는 게 목표다.”

-‘김빼기 선거전략’이란 얘기도 있다.
“새누리당 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선거의 유·불리가 달라지는 게 아니다. (후보가 아니라) 새누리당의 조직ㆍ기반이 지역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여론조사에선 앞서는데.
“결과로 연결되도록 다지는 게 중요하다. 지금부터 정말 시작이다.”

부산=채병건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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