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강도높은 조사에 금감원 불만

중앙일보

입력

동방.대신금고 불법대출 사건 수사를 놓고 검찰과 금융감독원이 미묘한 신경전을 펴고 있다.

서울지검에 따르면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에 대한 금감원의 고발장은 지난 23일 0시30분쯤 접수됐다. 공공기관의 업무가 끝난 이 시각에 고발장을 내민 것은 매우 이례적인 행동이라는 게 검찰 설명이다.

또 통상 금감원의 수사 의뢰나 고발은 조사가 끝난 이후 방대한 관련 자료와 함께 검찰로 넘어오는데도 금감원이 이날 전달한 서류는 3쪽짜리 고발장이 전부였다.

검찰이 관련 기록을 요구하자 금감원은 다음날인 24일 불과 10쪽의 보충자료를 보내 수사팀을 발끈하게 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측은 국정감사가 진행중인 데다 자체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라 곧바로 기록을 보내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또 고발장을 대검찰청으로 보내자 대검에서 지검으로 보내라고 하는 바람에 접수가 늦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조사 중 뭔가 껄끄러운 것이 튀어나오니까 금감원이 황급히 고발절차에 들어간 것 같다" 며 의구심을 표시했다.

검찰은 잠적 중인 금감원 장내찬 전 비은행조사1국장이 최근까지 금감원에 연락을 취한 부분에도 의혹을 갖고 있다.

張전국장측과 연락이 안돼 소환장도 전달하지 못했던 검찰은 금감원 인사들이 피의자인 張전국장과 전화 통화까지 했다는 데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검찰은 앞으로 鄭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대신금고의 불법대출을 적발하고도 경징계한 경위 등 금감원의 석연치 않은 부분을 규명하기 위해 금감원 직원들을 강도높게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내부에선 "검찰이 금융기관에 대한 계좌추적권 확대 등을 요구해온 금감원을 이번 기회에 길들이려는 것 아니냐" 는 불만이 흘러나오고 있다.

불과 몇달 전만 해도 주가 조작 등 굵직한 경제수사에 인력까지 파견해 주며 협조체제를 유지했던 금감원과 검찰의 관계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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