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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동방금고 불법거래 알고도 묵살

중앙일보

입력

잠적 중인 금융감독원 장내찬(張來燦)국장이 지난해 대신상호신용금고(인천 소재) 검사 과정에서 동방상호신용금고(서울 소재)와의 불법 자금 거래 혐의를 포착한 검사 요원들의 검사 확대 요구를 묵살하고 금고 관계자 문책도 약화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대신.동방금고는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KDL)사장과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던 금고여서 당시 검사를 제대로만 했다면 불법 대출사건을 초기에 막을 수 있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같은 '봐주기 검사' 에 張국장 윗선의 간부들이 개입했는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신금고(옛 신신금고)검사에 참여했던 금감원 관계자는 26일 본지 기자에게 "대신금고를 2주간 검사하면서 동방금고와의 불법 자금 거래 혐의를 포착, 두 금고를 연결 검사할 필요성을 위에 보고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고 증언했다.

그는 "연결 검사를 했을 경우 불법 대출 규모와 수법을 적발할 수 있었다" 며 "연결 검사 결과 불법 사실이 확인되면 당시 대신금고의 영업을 정지시킬 수 있는 중대한 사유였다" 고 덧붙였다.

당시 검사에서 대신금고가 주주들에게 제공한 불법 대출 규모는 64억원으로 자기자본 1백19억원에는 못미쳤지만 동방금고와의 연결 검사에서 불법 대출이 추가로 드러났을 경우 영업정지를 맞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당시 검사팀이 수표 추적을 통해 주주들의 불법 대출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했으나 김영팔 당시 대신금고 대표이사로부터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자술서만 받고 해임권고 대상을 2개월 정직으로 처리하는 등 경영진 징계 수위를 낮춰줬다" 고 말했다.

이같은 결정을 장내찬 국장 단독으로 결정했는지도 의문이다. 금감원은 일단 연결 검사 여부는 담당 국장의 전결사항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張국장이 사전 또는 사후에 상급자들과 협의.보고했을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금감원이 지난해 대신금고의 불법 대출 사실을 포착하고도 검사를 축소하고 징계 수위를 낮춘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이번 사건에 금감원 관계자가 다수 개입돼 있을 것으로 보고 강도높은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신금고의 불법 대출을 적발했을 당시 적절한 조치를 취했더라면 동방금고의 거액 불법 대출사태로까지는 번지지 않았을 것" 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정현준.이경자씨의 불법 대출 혐의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금감원 관계자들의 감독 소홀 여부와 그 과정에 금품 로비 등이 있었는지를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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