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J 전 매니저 "사생팬, 자기 입던 속옷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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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와 페루 공연을 앞둔 그룹 JYJ가 8일 칠레 산티아고의 한 호텔에서 사생팬 욕설 및 폭행 논란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왼쪽부터 김준수, 김재중, 박유천. [씨제스엔터테인먼트]

“2004년 데뷔 후 하루도 빠짐없이 고통을 받았습니다. 매시간 나를 감시하고 모든 것을 공유하고자 일방적으로 쫓아다니는 것은 마치 창살 없는 감옥과도 같았습니다.”(박유천)

 최근 사생팬(극성팬) 폭행 논란에 휘말린 아이돌 그룹 JYJ가 논란 이후 처음으로 심경을 밝혔다. 8일 오후(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 래디슨 플라자에서 열린 월드투어 관련 기자간담회에서다. 이들은 사생팬에게 욕을 하고 때리는 듯한 소리가 담긴 음성 파일이 공개된 것에 대해 4분간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김재중(26)은 “과거 저희들이 옳지 않았던 행동을 한 데 대해서는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정신적으로 힘들고 극한의 상황이 오더라도 공인으로서 저희를 사랑해 주시는 많은 분을 생각하면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멤버 김준수(25)는 지난 8년간 겪은 사생팬의 실상을 털어놨다. “저의 신분증을 이용해 (복제폰을 만들어) 통화 내용이 모두 노출되고, 자동차에 위치추적 GPS를 몰래 장착해 계속 쫓아다녔다. 빈번히 (숙소에) 무단 침입해 개인 물건을 촬영하고 심지어는 자고 있는 저에게 다가와 키스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느 곳을 가든지 일방적으로 둘러싸여 카메라에 찍히고 녹취당하고 몸을 더듬고 조롱당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일상이 무너져버렸다. 형언할 수 없는 고통 안에서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팬인가 스토커인가=이번 사건을 두고 업계에선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정상급 아이돌 그룹의 전 매니저인 A씨는 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어떤 팬은 소포에 자기가 입던 속옷과 생활용품을 담아서 보낸 적이 있다”며 "사생팬은 연예인을 자기 애인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집착이 심하고 예의도 없다”고 털어놨다. 한 대형기획사 관계자도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자마자 바로 알아내서 전화한다. 가수들은 이런 전화에 신경이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 곽금주(심리학과) 교수는 “온라인 공간에서 팬들의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자기 표현 욕구가 지나치게 발달한 것이 발단”이라고 설명했다. 스타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가 또래들끼리 경쟁이 붙으면서 극단적인 방향으로 치닫는다는 것. 곽 교수는 “힘들더라도 공인으로서 인내를 했어야 했는데 JYJ가 그런 부분을 참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밝혔다.

 한편 JYJ는 지난해 4월 월드투어를 시작해 아시아·북미·미주·유럽을 돌아 남미에 도달했다. 9, 11일 각각 칠레와 페루에서 월드투어의 마지막 공연을 펼친다.

서울=조혜경 기자

◆사생팬(私生fan)=유명 스타의 스케줄은 물론 사생활까지 쫓아다니는 극성팬. 2009년 7월 동방신기에서 탈퇴한 JYJ와 현재 동방신기(유노윤호·최강창민)의 사생팬이 극성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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