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茶山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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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호 04면

어슬렁거리다 횡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7일 저녁이 그랬습니다. 삼성출판박물관 김종규 관장의 권유로 삼성뮤지엄아카데미 올해 첫 강좌를 듣게 됐습니다. 박석무(71) 다산연구소 이사장의 ‘오늘의 다산정신’ 강좌였습니다.

올해는 다산 정약용(1762~1836) 선생의 탄신 250주년이 되는 해죠. 박 이사장은 특유의 걸걸하고 화통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습니다. 다산의 법 사상을 주제로 1972년 전남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다산에 빠져 살아온 40년이 그 목소리 속에 고스란히 배어 있었습니다.

다산은 관념은 배제하고 실천을 주장한 혁신가였습니다. 예를 들어 공자의 인(仁)의 의미에 대해 갑론을박할 때 다산이 내린 정의는 흥미로웠습니다.
“인(仁)이 무엇이냐. 사람이 둘이라는 얘기입니다. 이 두 사람이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인의 의미인 것이지. 부부건, 부자건, 친구건. 그런데 다산이 위대한 것은 ‘행동’을 강조했다는 점이에요. 효도해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부모님께 양말이라도 하나 사다 드려야 비로소 효도인 것이지.”

박 이사장은 다산이 18년 유배생활에서 남긴 저서 500여 권을 요약하면 백성의 정신 개혁, 법제도 개혁, 기술 개혁의 세 가지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산은 이런 예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개혁하지 않으면 조선은 망한다.”

사방이 어수선한 정치의 계절, 다산 이야기는 시원한 청정수였습니다. 저만 횡재한 것 같아 좀 아쉽긴 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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