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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올림픽은 아테네 사이버 올림픽은 서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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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올림픽은 아테네에서 열렸지만, 사이버 올림픽은 서울이 주도합니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요즘 재미있는 일을 추진중이다. 게임 분야의 올림픽이라 할 만한 초대형 세계 게임대회를 개최한다는 것이다.

사실 스타크래프 등 몇몇 온라인게임 분야에서는 한국 젊은이들이 세계 최고 실력이고, 외국인들도 한국선수와 한 번 겨뤄 보길 갈망할 만큼 한국이 게임 종주국으로서의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는 것. 현재 전세계 각국에서 게임리그가 펼쳐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들을 한데 묶는 세계 공식 대회는 아직 없다는 점에 윤부회장은 착안했다.

올 1월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린 그는 곧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4월, 대회의 공식 주관사인(주)ICM(대표 오유섭)을 세우고, 게임랭킹서비스업체인 베틀탑에도 투자했다. 6월에는 대회 조직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러한 그의 작업이 마침내 빛을 본 것은 지난 10월7일 용인 에버랜드에서 열린 ‘월드사이버게임챌린지(WCGC)’다. 이 대회에는 전세계 17개국에서 예선전을 거친 1백80여명의 프로게이머들이 참가해 한판 승부를 벌였다.

이번 대회는 내년 10월부터 매년 열릴 예정인 사이버게임 올림픽인 월드사이버게임즈(WCG)의 사전대회(프레올림픽)형식을 띠고 있다.

윤부회장은 이번 게임대회에서 철저히 올림픽을 벤치마킹했다. 선수들은 각 나라를 대표해 참가했고, 이들은 선수촌에서 숙식을 제공받으며 개별 ID카드도 발급받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격인 WCGC조직위원회도 꾸렸고 자신이 초대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윤부회장은 이 대회의 공정성을 위해 최대한 삼성이란 이미지를 배제한다는 전략이다. 마치 컴퓨터 몇만 대 더 팔기 위해 게임대회를 여는 것처럼 비치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앞으로 4~5년간 이 대회를 통해 삼성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은 없을 겁니다. 오로지 후원사로서의 역할만 할 겁니다.”

하지만 세계 공식 게임대회라는 플랫폼을 삼성이 선점할 경우 부가적으로 거둘 수 있는 이익들은 무궁무진할 전망이다. 비록 삼성이 직접 게임 소프트웨어는 만들지 않더라도 대회 창시자라는 이미지를 통해 게임에 관한 한 ‘메카’로 인식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과 관련된 모든 제품에서 삼성로고가 갖는 가치가 훨씬 커질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전자업계에서 갖는 삼성의 입김도 더 세질 수 있다. 마치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지정되기까지 우리 나라가 다양한 외교적 경로를 통해 로비를 펼쳐온 것처럼 세계적인 게임기 제조업체인 소니가 자신들의 게임을 경기종목으로 채택해 달라고 애원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단지 참신한 아이디어 차원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명실공히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각 나라에서 치러지는 예선전까지 신경써야 한다.

또한 게임종목이 온라인게임에 한정된 것도 문제. 실제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의 비디오 게임을 국내에 수입하는데는 법적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이버 올림픽’이라는 이름을 쓰기 위해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허가도 받아야 한다.

“전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2천억원, 게임산업은 1천6백억원 규모”라며 “앞으로 5년내에 게임산업이 반도체 시장을 능가할 것”이라고 공언하는 윤부회장. 그가 과연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쿠베르탱 남작과 같은 사이버 올림픽의 창시자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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