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의원들이 제기한 '정현준게이트' 4대 의혹]

중앙일보

입력

24일 열린 국회 정무위의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전날 촉발된 소위 `정현준게이트'와 관련, 의원들의 집중 추궁이 이어졌다.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금감위, 금감원의 현안 업무보고를 듣기도 전에 (서울)동방상호신용금고 불법대출 특별검사에서 불거진 이 사건에 대해 정관계 유착설 등 세간의 의혹들을 소개하며 감독당국의 적극적인 사실 확인을 주문했다.

이날 의원들이 제기한 정현준게이트의 4대 의혹은 ▲정현준, 이경자씨의 정관계유착설 ▲이경자씨의 동방금고 경영 주도여부 ▲4백여억원 불법대출 잔액에 대한 계좌추적 미진 ▲장래찬 국장의 주식 뇌물수수 인지 시기로 압축된다.

◇정현준, 이경자씨는 정관계 유력인사와 유착돼 있나= 정현준, 이경자씨와 정관계 유력인사간 유착설은 폭넓은 정보수집을 자랑(?)하는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촉발했다.

정 의원은 "현정권의 실세인 K의원이 정현준 소유의 평창정보통신에 4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며 "금감원은 이같은 소문에 대해 알고 있느냐"고 추궁했다.

정 의원은 또 "디지탈라인이 청와대 홈페이지와 금감원 전산시스템을 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현준씨와 현 정권 유력인사간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이어 "이경자, 강태원, 권호성 등 사채시장의 거물들이 정현준씨의 뒤를 봐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배후에는 누가 있느냐"고 따졌다.

같은 당의 이부영 의원도 "코스닥시장에서 횡행하는 작전을 권력 주변의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고 투자이익금이 정치자금화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며 "동방금고 및 디지탈라인 사건도 이같은 맥락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이근영(李瑾榮) 금감위원장은 "정관계 유착설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없다"며 "금감원은 금융기관의 건전성여부를 감독, 검사하는 것이 주업무"라고 답변했다.

◇이경자씨는 어느 정도 동방금고 경영에 간여했나= 의원들은 이경자씨의 동방금고 경영 참여정도가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중요하다고 인식, 이 문제를 집중거론했다.

이부영 의원은 "지난 22일 금감원이 검찰에 고발한 관련자 명단에 이씨가 제외돼 있어 이씨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향후 이씨를 검찰에 수사의뢰할 의지가 있느냐"고 따졌다.

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회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씨가 동방금고 사옥에 사무실을 마련해 두고 거의 매일 출근했다고 하는데 이씨의 사무실 소유 여부를 확인했느냐"고 질의했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정관계 인사들과 유대가 있는 이씨가 회사 경영에 깊이 간여해 `정현준게이트'는 정관계 유력인사들이 개입된 사건이라는 의혹을 뒷받침하려는 분위기였다.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이에 대해 "이경자씨는 관련 법률상 동방금고의 3대주주일뿐 경영자로서 대표권은 전혀 없기 때문에 1차 검찰고발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심층 조사결과 필요할 경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중회 금감원 비은행검사1국장은 "동방금고 사옥 12층에 이경자씨의 사무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확인된 114억 이외의 대출금 추적은 왜 더딘가= 6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불법대출액 가운데 114억원 이외의 돈에 대한 자금추적이 더딘 것도 의원들의 집중 공격대상이었다.

정형근 의원은 "야당의원들과 관련된 조사를 할 때는 하루이틀 사이에 잘도 밝혀내더니 이번 사건에서는 특별검사 착수 열흘이 지났는데도 왜 추적이 되지 않느냐"며 "뭔가 사정이 있기 때문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역시 한나라당 소속인 김부겸 의원도 "지난 14일 특별검사에 착수한 뒤 열흘이 됐는데 아직 100억원 정도밖에 자금이동을 확인하지 못했느냐"며 "나머지 4백여억원의 흐름에 대해서도 철저히 규명해야 국민적 의혹이 해소될 것"이라고 따졌다.

이에 대해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정씨와 이씨, 특히 이경자씨는 사채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 교묘하게 세탁과정을 거쳐 자금흐름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김중회 국장도 "이경자씨는 아마도 하수인이나 주변의 지인들 계좌를 이용, 자금을 돌렸을 것으로 추정되며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이를 마무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장 국장의 주식 뇌물수수 혐의는 이미 포착되지 않았나= 의원들은 지난 달 인사에서 장 국장이 보직해임된 것을 들어 감독당국이 이미 장 국장의 비위사실을 알고도 은폐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민주당 김경재 의원 등은 "장 국장이 지난 달 인사에서 보직해임될 때 이미 디지탈라인, 평창정보통신과 관련된 비위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구체적으로 정현준게이트와 관련된 비위사실을 인지한 것이 아니라 평소 품성과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접해 조직기강 확립을 위해 보직을 박탈한 것"이라고 답했다.

한나라당 임진출 의원은 "한스종금 외자유치를 중개했던 MCI코리아의 고위인사가 있는 자리에서 장 국장이 청와대 사람과 통화를 하고는 `잘 아는 친척분'이라고 얘기했다고 하는데 이같은 사실을 아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이 금감위원장을 비롯한 금감위, 금감원 관계자들은 "들은 바 없다"고 답변했다.(서울=연합뉴스) 김영묵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