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현장에서] 권한 막강한 ‘교육 소통령’ 교육감 견제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이한길
사회부문 기자

7일에도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엔 1인 시위가 이어졌다. 일주일째다. 곽노현 교육감의 측근 공립교사 특채, 비서실 확대 개편, 전교조를 중심으로 한 파견교사 증원 등 무리한 인사에 항의하는 일반직 공무원이다. 인사 잡음은 서울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었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평교사인 비서실장과 대변인을 교장급인 장학관으로 두 단계나 특진시켜 논란을 불렀다. 두 친전교조 교육감의 해명은 비슷하다. “인사권은 교육감 고유권한”이라는 것이다.

 민선 교육감의 권한은 막강하다. 지방교육자치법에 규정된 권한은 예산편성, 학교 설립 및 폐지, 인사 등 17가지나 된다. 서울교육감은 국·공립 교원 5만 2000명의 인사권을 갖고 한 해 7조원의 예산을 집행한다. ‘교육 소통령’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서울의 한 교장은 “인권조례 등으로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청이 싸우고 있는데 학교로서는 인사권을 가진 교육감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16개 시·도교육청에 대한 감사에 나서기로 한 이유도 ‘감시받지 않는 권력’에 대한 견제를 위해서다. <본지 3월 7일자 1, 8면>

교육감의 권한에 비해 견제장치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같은 선출직인 시장은 114명의 시의원과 시의회 소속 10개 상임위원회의 감시를 받는다. 그러나 교육감 견제 장치는 시의회 교육위원회(소속 의원 15명)가 고작이다. 한 시의원은 “교육분야는 의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지금처럼 교육감과 의회 다수당의 성향이 비슷하면 제동을 걸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교육청 산하 11개 교육지원청 교육장 역시 임명권을 가진 교육감에게 쓴소리를 하기 어렵다. 내년부터 총액인건비제가 도입돼 교육감이 5급 이하 지방공무원들의 정원을 직접 정할 수 있게 되면 권한은 더 막강해진다.

 외국은 어떨까. 미국은 14개 주(州)가 직선제로 교육감을 뽑는다. 교육감은 정책 집행 사무총장 역할만 한다. 주요 정책은 교육전문가들로 구성된 주교육위원회가 결정한다. 인사권 역시 교육위원회와 각 지역교육청에 분산돼 있다. 반면 한국은 법적 견제 장치로 주민소환이나 감사 청구가 전부다. 그나마도 실효성이 떨어져 제대로 시행된 적이 없다. 초·중·고생을 책임진 교육감은 청렴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자신은 최소한의 원칙도 지키지 않으면서 학생들에게 어떻게 정의를 얘기할 수 있는가. 곽 교육감은 편법 인사 문제를 교훈 삼아 견제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한길 사회부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