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부산카드 부산시 정책부재로 반쪽기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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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첨단 정보화 도시로 만들기 위해 부산시가 역점시책으로 도입한 `디지털 부산카드''의 출발이 순조롭지 못하다.

부산시는 지난해 이 카드의 도입결정 당시 대중교통수단 요금지불은 물론 각종 소액물품 구매, 민원서류 자동발급, 인터넷 결제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 이 카드의보급을 통해 도시의 정보화 수준을 국내 최고로 끌어올린다고 선언했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부터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이 카드는 22일 현재까지 시내버스와 지하철, 택시, 민자터널 등 교통분야에서는 전혀 사용할 수 없어 반쪽 기능에 머무르고 있다.

하루 7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지하철의 경우 부산교통공단이 디지털카드 도입에 난색을 표시하다 11일부터 겨우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협의를 시작, 빨라야 내년 1월께나 이 카드를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회사택시의 경우 디지털 카드 도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개인택시 운전사들도 대당 100만원 가까이 들여 단말기를 설치했다가 무용지물이 된 기존 하나로카드의 실패 때문에 반대여론이 거세 도입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민자터널의 경우도 당초 부산시는 10월께는 하나로 카드와 디지털 카드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단말기를 설치하기로 했으나 관련업체들간의 이해가 얽혀 계속 늦어지고 있다. 시내버스는 사업조합측이 디지털카드 사업에 참여한 덕분에 늦어도 11월 중순이면 모든 시내버스에서 사용이 가능할 전망이지만 지하철 환승이 안돼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처럼 디지털 카드가 상용화 한달이 다되도록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것은 부산시가 디지털 카드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 부서간에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아 하나로카드와 디지털카드 병용 방안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때문이다.

기존 하나로교통카드는 부산시교통국이 주도해 지난 96년 도입해 사용되고 있고 디지털부산카드는 정보통신담당관실이 중심이 돼 새로 도입했다.

㈜마이비는 디지털 카드 개발과정에서 부산시에 하나로 카드와의 병용문제를 미리 해결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부서간 비협조로 상용화 시점까지 마무리되지 못했다. 디지털 카드가 출범초기부터 삐걱거리자 부산시는 뒤늦게 관련기관들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뒷북행정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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