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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장률 1%P 낮아지면 한국도 0.13%P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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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에 해당)가 5일 개막하기에 앞서 열린 리허설에서 인민해방군 악대 지휘자가 연습을 하고 있다. [베이징 로이터=뉴시스]

중국 경제정책 수장인 원자바오(溫家寶·70) 총리가 올 성장 목표를 7.5%로 낮췄다. 그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에 앞서 공개한 정부보고서를 통해 목표치 하향을 공식화했다.

 마크 윌리엄스 전 중국 재무부 자문관은 이날 미 투자전문지인 스마트머니와 인터뷰하면서 “원자바오가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7.5%란 숫자에 들어 있다”고 말했다. 무슨 목표일까. 그가 이날 내놓은 정부보고서에 단서가 있다.

 원자바오는 “모든 경제 부문의 인민들이 경제발전 패턴을 바꿔 발전이 더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도록 하기 위해”라고 말했다. 성장 속도보다 질을 강조하겠다는 의지가 올 성장 목표치에 들어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성장엔진을 바꾸는 작업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봤다. 일본 노무라증권의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장지웨이는 이날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하면서 “중국이 수출·투자 대신 내수를 본격적으로 키우려고 노력해왔으나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았다”며 “올해 내수 키우기 작업이 한결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경기부양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미 씨티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딩슈앙은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원자바오의 목표치는 특별한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한 경기부양 패키지는 마련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자바오는 이날 성장 외의 중요한 목표치도 공식화했다. 그는 “올해 물가를 지난해와 같은 4% 선에서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올 성장 목표 하향은 원자바오 경제운용 역사에서 중대한 분수령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2003년 3월 총리에 취임했다. 당시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전임 주룽지(朱鎔基)의 성장 중시 패러다임을 물려받았다”고 보도했다. 그는 취임 3년째인 2005년 한 걸음 더 나갔다. 성장 목표치를 7%에서 8%로 높였다. 그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를 강타한 2008년과 2009년에도 그 목표치를 낮추지 않았다. 이른바 ‘바오바(保八·성장률 8% 유지)’다.

 당시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의 광화경영대학원 교수(금융)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원자바오가 고속 질주하는 호랑이 등에 앉아 있는 모습”이라며 “언젠가 그는 호랑이를 진정시켜 등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로 그때가 온 것이다. 원자바오는 퇴임을 1년 앞두고 7년 동안 유지해온 8% 성장이란 목표를 내려놓았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지적도 있다. 로이터 통신은 홍콩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중국 최대 시장인 유럽이 재정위기 여파로 침체에 빠지고 있다”며 “하지만 중국 내수는 아직 성장을 이끌 만큼 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올해 실제 성장률이 뚝 떨어지지는 않을 듯하다. 블룸버그와 AP 통신 등이 최근 집계한 올 중국 성장 전망치는 8.5%다. 지난해 9.2%보다 0.7%포인트 정도 낮다.

 중국은 미국·유럽과 더불어 글로벌 트로이카(3대 주축)다. 이런 중국 경제가 원자바오 성장목표 하향으로 올해 더 둔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AP통신은 “요즘 미국 경제가 더블딥(경기 회복 뒤 재침체) 우려를 털어내고 있다”며 “하지만 미국 비즈니스 리더들은 중국 경제 둔화가 유럽 침체와 맞물려 세계 경제 활력을 전반적으로 떨어뜨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경제는 어느 나라보다 중국에 영향받는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질 때 한국 경제는 0.13%포인트 정도 떨어진다는 게 정설이다. 이는 일본이나 아세안보다 큰 폭이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북경사무소장은 “우리 기업들은 소비재보다는 부품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며 “(유럽 침체 등으로) 중국 수출이 부진하면 우리 기업들이 힘들어지는 구조가 여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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