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한국, 8강서 강호 이란과 격돌

중앙일보

입력

한국축구가 제12회 아시안컵축구선수권대회의 부진을 일시에 씻을 수도 있고 더 비참한 패배에 빠질 수 있는 기로에 섰다.

약체 인도네시아를 3-0으로 꺾고 와일드카드로 간신히 준준결승전에 오른 한국은 A조 1위인 이란과 23일(이하 한국시간) 트리폴리에서 격돌하게 돼 산 너머 산을 맞게 됐다.

공교롭게도 한국은 지난 대회인 96년 아시안컵대회에서도 힘겹게 8강에 오른 뒤 이란과 만나 2-6으로 참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더욱이 당시 한국전 완승의 일등공신 알리 다에이와 카림 바게리, 코다다드 아지지가 건재해 한국으로서는 부담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잦은 부상으로 이번 대회 출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31세의 노장 다에이는 13일 레바논전에서 첫골을 터뜨린데 이어 19일 중동의 라이벌 이라크전에서도 천금같은 결승골을 뽑아내며 스타임을 입증했다.

또한 다에이와 삼각편대를 이루는 미드필더 바게리와 아지지도 변함없이 넓은 활동력을 과시하며 이란의 우승을 이끌 선봉대 역할을 하고 있고 메흐르다드 미나반드, 메흐디 마다비키아 등 유럽프로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유명 선수들이 뒤를 받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다에이, 바게리, 아지지 삼각편대의 움직임을 최대한 축소시키고 그동안 득점기회를 번번이 놓쳐 버린 공격수들의 집중력을 얼마나 높이는가가 승부의 관건이다.

허정무 감독은 "이란과 8강에서 맞붙게 될 것을 예상했기 때문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며
"지난 대회의 참패와 이번 대회의 부진을 한꺼번에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무엇보다 그동안 부상으로 뛰지 못했던 김태영과 이민성의 복귀가 큰 힘이 되고 있다. 또한 중국전에서 퇴장당했던 홍명보가 인도네시아전부터 가세하면서 허감독이 구상했던 수비라인이 어느정도 갖춰진 셈이다.

공격에서는 설기현이 제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고 이동국이 인도네시아전 해트트릭(3골)을 계기로 골감각을 찾고 있는 것도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러나 올라운드 플레이어 유상철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상대가 미드필드부터 압박해 오면 경기를 풀어나갈 플레이메이커가 없다는 것이 한국의 취약점이다.

한국이 중동의 강호 이란을 뛰어 넘어 구겨진 자존심을 찾을 수 있을지 23일 경기결과에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베이루트<레바논>=연합뉴스) 최태용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