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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외환자유화 추진방안과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98년 9월 개정된 외환거래법에 따라 내년 1월부터 2단계 외환거래자유화가 실시된다.

작년 4월의 1단계 외환거래자유화에 이어 '일몰조항'으로 남아있던 외환규제를 없앰으로써 국내 자본시장의 문을 활짝 열게되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필요한 돈을 마음대로 갖고 나가거나 해외로 송금할 수 있게되지만 그만큼 탈세를 비롯한 불법적인 자금 유출입도 쉬워진다.

더욱이 금융시스템이 아직 취약한데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및 예금부분보장제 시행과 맞물려 있어 뭉칫돈의 해외 유출이 우려되고 있다.

또 투기성 핫머니(헤지펀드)의 유출입이 급격히 증가할 경우 통화, 환율, 금리 등 거시경제의 교란요인으로 작용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대외채권 회수 의무, 비거주자의 원화차입 제한, 재무 불건전 기업의 단기차입제한 등 당초 없애기로 했던 일부 규제를 유지하기로 한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또 고액자금의 대외지급시 사전보고제를 도입하고 국세청.관세청 통보제를 강화하는 한편 금융정보분석기구(FIU)를 설치, 범죄와 관련한 검은돈의 흐름을 철저히 막겠다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거주자의 외환거래 자유화

해외여행경비 1만달러, 증여성송금 건당 5천달러, 해외이주비 4인가족 기준 100만달러 등의 제한이 내년부터 모두 풀린다. 외국환은행으로부터의 외화매입 한도도폐지되며 해외예금이나 해외신탁, 해외증권 취득 등의 제한 역시 사라진다.

사전보고 등 합법적 절차를 거치면 마음껏 해외여행경비를 쓸 수 있고 송금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의 투자도 자유로워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의 감시장치가 미흡할 경우 불법적인 자금도피가 늘어나고 일반인들의 외화 씀씀이가 커져 경상수지가 악화된다거나 외화가 급격히 빠져나갈 수 있다.

▶일부 규제는 유지

기업이 수출 등으로 해외에서 받아야 할 돈이 건당 5만달러이상이면 6개월내에 국내로 들여와야 하는 규제가 유지된다. 정부는 다만 그 한도를 상향 조정하고 해외자산운용 절차를 한은 허가에서 한은 신고/보고로 간소화할 계획이다.

비거주자의 원화차입을 통한 환투기 방지를 위한 제한도 그대로 남는다. 이를 풀어주면 외환시장이 활성화되고 국내 금융기관의 대출기회가 늘어나는 장점이 있지만 투기적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거주자의 비거주자에 대
한 원화대출 및 원화증권 대여 한도는 현행 1억원보다 높이기로 했다. 싱가포르의 경우 한도가 50만달러다.

또한 단기외채 관리를 위해 재무불건전 기업의 단기차입 및 단기증권 발행, 30대 계열기업의 현지금융 지급보증 한도 및 단기차입에 대한 계열회사 지급보증도 제한된다.

이밖에 외환시장 급변동시에 대비, 유출입자금의 무이자 예치를 의무화하는 가변자본예치제(VDR), 자본거래허가제, 대외지급정지(지급한도 부과), 외환집중제 등 도 계속 유지된다.

▶고액자금 한은 사전보고제 등 감독강화

거주자의 증여성 송금형태를 통한 고액자금의 대외지급시 한은에 보고해야 한다.

정부는 고액자금의 한도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되 그렇게 높게 잡지는 않을 계획이다.

비거주자도 사업소득, 근로소득 등 인정된 거래를 통하지 않고 취득한 자금의 대외지급시에는 한은에 보고해야 한다.

해외예금.증권투자.파생금융거래 등 자본거래는 원칙적으로 외국환업무취급기관을 통해야 한다. 외국환업무취급기관을 경유하지 않는 예금.신탁.증권투자 등에 대해서는 한은 신고제가 도입된다.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는 외환거래에 대한 검사.제
재 등 사후관리 권한이 금감원에서 한국은행으로 이관된다.

또 일정금액을 초과하는 해외예금 및 신탁자산 등을 연 1회 한국은행에 보고하는 잔액보고제가 도입된다. 이밖에 자본거래 자유화에 따라 외화자산.부채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험사의 거래 등을 외국환업무에 포함시키고 해당 보험사의 외국환업무취급기관 등록을 유도하기로 했다.

▶뭉칫돈 해외유출 우려없나

예금부분보장.금융소득종합과세 시행과 맞물려 급격한 자본유출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많다.

재경부는 그러나 국내외 금리차, 환리스크, 외환매매수수료 부담, 자산의 해외운용상 애로, 국세청 통보제 유지, FIU제도 신설 등을 감안할 때 투기적 자본유출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년만기 외화 정기예금을 기준으로 할 때 국내은행의 금리가 연 7.8%, 외은지점은 6.68%인데 비해 미국은 3.04%, 영국은 4.46%에 불과하다. 돈을 다시 국내로 들여와 원화로 바꿀때는 1%정도의 외환매매수수료로 추가 부담해야한다. 결국 3%안팎의
금리손해를 보면서 돈을 해외에 예금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현행 1인당 해외여행경비 한도가 1만달러인데도 실제 실적은 금년 1∼4월 963달러에 불과하고 증여성 송금도 그동안 분할.분산 송금 등이 가능했던 점으로 미뤄 앞으로 추가 유출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재경부는 예상하고 있다.

그래도 2단계 외환자유화 시행후 대내외 경제불안요인이 불거질 경우 자금의 급격한 유출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김용덕(金容德) 국제금융국장은 "사법기관의 적발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본유출을 막기위해서는 거시경제의 건실한 운용을 통
한 시장안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선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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