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모습 3년 찍은 청와대 사진작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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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간의 아름다운 여행.

 이달부터 신구대 사진영상미디어과 산학협력중점 교수로 일하게 된 권태균(57?사진) 사진작가가 근래지인들에게 하는 말이다. 그가 ‘아름다운 여행’이라고 말한 건 2008년 11월 1일부터 지난 2월 29일까지의 1215일이다. 3년여 사이 그는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그로서나, 청와대로서나 이례적인 시간이었다. 과거 청와대에선 사진작가들이 청와대 본관 소속으로 오래 일했던 예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길어야 한두 달이었다고 한다. 그는 30여 년간 전국 곳곳을 누비며 일상(日常)을 포착해온 다큐멘터리 작가다. ‘권태균 - 노마드(NOMAD): 변화하는 1980년 대한국인의 삶에 대한 작은 기록’이란 제목으로 두 차례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그는 동시에 한국사적 장면과 관련된 사진을 많이 가진 작가이기도 하다. 역사서 150여 권에 사진을 넣는 작업을 했으니 말이다. 이덕일 역사평론가가 중앙SUNDAY에 연재하고 있는 ‘근대를 말하다’의 사진을 제공한 이도 그다.

 그에게 ‘권부(權府)’로 불리는 가장 내밀한 공간 에 서 이명박대통령을 근접촬영하게 된 이유를 묻자 1972년 퓰리처 수상 사진작가인 데이비드 케널리란 이름을 꺼냈다.

“케널리는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취임한 날부터 퇴임할 때까지 찍었습니다. 나중엔 포드 대통령의 장례식까지도요. 포드 대통령은 그에게 휴일날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를 타는 것만 빼곤 다 된다’고 했답니다. 케널리는 이후 다양한 주제로 백악관 시절 찍은 사진 전시회를 열고 책도 냈습니다. 그래서 청와대에서 저에게 제안이 왔을 때 하겠다고 했습니다.”

 케널리처럼 하고 싶었다는 뜻이다. 그는 “비공개 사진도, 이 대통령의 사적인 사진도 많다. 저도 다르게 해서 몇 권은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굉장히 성실하고 너무나 애쓴다. 늘 전력투구하고…. 저도 부지런하다는 소리를 듣는 축인데 못 따라간다. 그런 좋은 모습이 잘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 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대통령께 ‘마지막까지 마무리를 못하고 떠나게 돼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더니 ‘괜찮다. 사진가는 전시도 많이 해야한다’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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