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국체전결산 식상한 대회운영

중앙일보

입력

새천년들어 첫 체전인 제81회 전국체육대회가 대회운영 등에서 과거 식상한 모습을 탈피하지 못했다는 평가속에 막을 내렸다.

해마다 지적되는 문제이지만 올림픽의 2배 가량인 종목과 선수단이 참가, 올림픽의 절반밖에 안되는 빡빡한 일정속에 치러야 하는 방만한 대회 운영은 과거 '보여주기식' 관제 행사의 대표적 유물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백화점식 운영은 경기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역부족이었고 최근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는 펜싱과 테니스는 개인전이 빠져있어 전반적인 경기방법 개선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것.

또 국민들의 관심밖에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는 해외동포 선수단의 참가가 꼭 필요한 지의 문제도 제기됐다. 재외교포들이 국내에 들어오기 힘들던 시절, '고향방문과 한 핏줄 확인'이라는 차원에서 이뤄져 온 해외동포 선수단 참가가 계속돼야 하는 지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김운용 대한체육회장도 해외동포 참가문제의 검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을 표시, 앞으로 공식적인 논의가 있을 전망이다.

특히 뜻있는 체육인들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대규모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관심조차 끌지 못하는 체전이 '이제는 본격적으로 바뀌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주요 개인종목은 개인전 위주로 치르는 등의 종목 조정과 지역예선제 시행으로 규모를 줄여 함축적이고 질높은 대회로 만들어가는 자구책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또 국내선수들의 대회 출전 기회가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예산절감, 선수들의 집중력 향상, 국민들의 관심도 제고 등을 위해 체전을 격년제로 치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기록면에서는 기초종목의 육성 문제가 어김없이 도마에 올랐다.

올림픽 직후인 점을 고려해도 전반적으로 예년의 대회보다 한국 및 대회신기록의 숫자가 감소했고 그나마 나온 한국신기록도 롤러스케이팅과 수중 등 레저에 가까운 종목에 편중돼 있었다.

특히 기초종목인 육상과 수영의 기록은 극히 저조했는데, 육상에서는 한국신기록이 아예 없었고 수영은 김민석(부산)이 자유형 50m에서 세운 1개로 겨우 체면 치례를 했다.

2002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예행연습격으로 열린 이번 체전은 자원봉사자로 나선 시민들의 노력에도 불구, 비슷한 기간 열린 5년 연륜의 부산영화제보다도 관심을 끌지 못한 '예견된 실패'로 막을 내렸다. (부산=연합뉴스) 체전취재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