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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KBS1 9시 뉴스 민경욱 앵커의 신문 활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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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KBS-1TV 9시 뉴스를 진행하는 민경욱 앵커. 하지만 그의 손에는 늘 신문이 쥐여 있다. 매일 정독하는 신문은 3~4종, 제목만 훑어보는 신문만 10여 종이 넘는다. 방송 뉴스가 본업인 그가 신문 읽기에 열심인 이유가 뭘까. “국내에서 발간되는 신문은 거의 다 읽고 있다”는 민 앵커의 신문 활용법을 들어봤다.

박형수 기자 , 사진=김경록 기자

신문 사설·칼럼 읽으며 뉴스의 맥 잡아

민 앵커가 시청자와 만나는 시간은 오후 9시부터 10시까지다. 이 한 시간을 위해 그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조간과 석간 신문을 부지런히 찾아 읽는다. 같은 사안도 여러 신문에 실린 기사를 비교하며 추가된 사례나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된 부분은 없는 지까지 꼼꼼하게 확인한다. 인터넷과 방송을 통해서도 뉴스를 쉼 없이 확인하고 이미 알고 있는 내용도 재확인한다.

 “자신이 전달하는 내용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해요. 기사를 읽으면서 ‘이게 뭘까’ ‘논리적으로 문제점은 없나’를 고민하고 스스로 의문점을 제기해 보는 거죠. 이해가 잘 안 되는 내용이 있다면 어떤 부분이 빠져서 이해가 안 되는지를 자문하고 다른 수많은 신문 기사를 참고해 부족한 내용을 스스로 채워 넣어야 해요. 이런 과정을 거친 뒤에 시청자 앞에 서야 균형 잡힌 뉴스를 전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민 앵커가 신문에서 즐겨 읽는 부분은 사설과 칼럼이다. “뉴스의 가닥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사설과 칼럼은 각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 우리 시대의 여론을 주도하는 지성인들이 쓴 정제된 글이거든요. 이들은 뉴스를 개별 사안으로 보지 않고 자신의 사유 속에서 인과관계를 분석·구조화시킵니다. 이를 통해 뉴스의 가치와 경중을 정확히 짚어주죠.”

 전문가들은 일반인이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뉴스에 대해서도 역사적인 선례나 관련된 인물들의 과거 발언 등과 연결 지어 뉴스 속에 담긴 심층적인 의미까지 파악해 낸다는 설명이다.

 그는 방송인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신문의 사설 읽기를 권한다. 사설에는 일상생활에서 잘 쓰지 않는 격조 높고 정제된 어휘와 문장 구조가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사설을 소리 내 읽다 보면 품격 있는 어휘가 입에 붙어 아나운서나 기자로서의 소양을 자연스럽게 갖출 수 있는 점이 신문이 주는 장점입니다.“

신문 읽으면 방송 뉴스 더 생동감있게 받아들여

이어 신문을 멀리하는 청소년들에게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워싱턴 특파원 시절 겪었던 한 일화를 들려줬다. “미국에서 이웃과 식사를 함께 할 기회가 있었는데, 중국에서 온 한 고교생이 당시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 박사에 대해 심층적인 질문을 해 깜짝 놀랐었습니다. 그 학생이 신문을 통해 쌓은 정보와 지식의 양이, 현장에서 그 사건을 취재하고 톱 뉴스로 한국에 계속 전송했던 담당 기자에 못지 않았었거든요. 신문만 제대로 읽어도 상당한 수준의 고급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걸 그때 절감했습니다.”

 그는 신문을 ‘원작 소설’에, 방송 뉴스를 ‘소설을 토대로 제작한 드라마’에 비유했다. “방송 뉴스보다 신문으로 기사를 받아들이는 편이 교육적 효과가 더 높은 거 같아요. 같은 드라마를 보더라도 원작 소설을 읽은 사람이 느끼는 감동이 훨씬 큰 것처럼, 신문 기사를 읽은 사람은 방송 뉴스를 접할 때 훨씬 생동감 있게 받아들일 수 있죠. 청소년기에 관심 분야도 넓히고 사고의 깊이도 더하기 위해 꾸준한 신문 읽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민경욱 앵커에게 신문이란 ‘감성’이다

민 앵커가 신문 이야기를 하다 얼마 전 작고한 아버지를 떠올렸다. 아버지는 당시 한글도 숫자도 모르던 너덧 살의 민경욱에게 아침마다 신문을 가져오라는 심부름을 시켰다. 민 앵커는 날짜가 지난 여러 신문이 뒤섞인 틈에서도 그날 배달된 신문을 정확히 찾아와 칭찬을 받았다.

 “요령이 있었죠. 새 신문엔 막 인쇄한 잉크 냄새가 물씬 배어 있었거든요. 지금도 그 당시 심부름을 위해 신문에 코를 갖다 대던 어린 시절이 가끔 떠올라요.”

 신문으로 어머니를 기쁘게 한 기억도 있다. 다섯 살 무렵 어머니에게 한글을 배우던 때다. ‘르’자를 배운 뒤 ‘를’자는 어떻게 쓰는지 궁금해졌다. 화장실에 앉아있다 거기 놓인 신문에서 ‘를’자를 찾아냈다. “그 한 글자를 조심스럽게 손으로 오려 어머니께 보여드리며 ‘이게 ‘를’자에요?’라고 물었더니 어머니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어요.”(웃음)

왼쪽부터 심미향 위원, 이정연 위원

 민 앵커가 기자가 돼 취재로 한창 바쁘던 시절에는 새벽 4시가 넘어서야 퇴근하던 날도 많았다. 현관 앞에 놓인 그 날짜 신문을 집어 들고 ‘이렇게 늦게 퇴근했구나’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던 추억을 떠올렸다.

 “신문은 담고 있는 내용도 훌륭하지만, 나는 정서적인 가치에 더 주목하고 싶어요. 신문은 항상 우리 손에 잡히는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사람들에게 추억거리를 만들어줬습니다. 이런 정서적인 기능이야말로 뉴미디어가 아무리 발전해도 대체할 수 없는 신문만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시사용어

포퓰리즘(Populism)

대중주의라고도 하고 인기영합주의·대중영합주의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정책의 현실성, 가치판단, 옳고 그름 등 본래의 목적을 외면하고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해 목적을 달성하려는 정치행태를 말한다. 포퓰리즘의 근본 요소는 정치 지도자들의 정치적 편의주의나 기회주의다. 선거를 치를 때 유권자들에게 비합리적이거나 비현실적인 선심 정책을 남발하는 일이 전형적인 사례다.

포퓰리즘은 원래 1870년대 러시아의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위한 정치적 이데올로기였다. 1891년 미국에서 결성된 파퓰리스트당이 내세웠던 정치 수단이었다. 파퓰리스트당은 당시 농민과 노조의 지지를 얻기 위해 경제적 합리성은 외면한 채 과격한 정책만 내세웠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노동 대중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된 아르헨티나의 페론 정권이 대표적인 포퓰리즘으로 꼽힌다. 민중의 지지는 얻었지만 실제로는 독재자의 권력을 공고히 할 목적으로 포퓰리즘을 활용했다.

유권자들은 선거 때가 되면 정치 지도자들이 권력과 대중의 정치적 지지를 얻으려고 겉모양만 보기 좋은 정책을 꺼내 보이곤 한다. 중장기적인 고려 없이 당장의 국면만 유리하게 이끌려는 정책을 내세우는 건 아닌지 감시해야 포퓰리즘에 속지 않을 수 있다.

하마평(下馬評)

관리의 이동·임명 등에 관한 세간의 소문을 일컬어 하마평이라 한다. 옛날 왕조 때 말을 타고 가는 사람은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말에서 내려야 하는 하마비(下馬碑)라는 게 있었다. 1413년(태종 13년)에 종묘와 궐문 앞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표목을 세워놓은 것이 하마비의 시초다. 이후에는 성현 또는 명사·고관의 출생지나 분묘 앞에도 세워졌다.

하마비에는 ‘대소인원개하마(大小人員皆下馬)’, 즉 ‘모두 말에서 내리시오’라는 글이 적혀 있어 말을 타고 가던 사람이 말에서 내려 잠시 용무를 볼 수 있었다. 이때 말을 끄는 마부들끼리 모여 무료함을 달래느라 잡담을 나누게 되는데, 그들이 모시는 상전이나 주인 등의 인사이동·진급 등에 관한 얘기도 곧잘 나왔다. 이런 얘기를 가리켜 ‘하마평’이라 하던 것이 오늘날 일상용어로 굳어져 관리의 이동이나 임명 등에 관한 풍문을 의미하는 용어로 쓰이게 됐다.

신문 속 인물과 사건 2012. 2. 16. 74세 패티 김의 퇴장 … “일그러진 사진은 싣지 마세요, 호호”

패티 김의 멋진 은퇴 … 올해 목표 이룬 뒤 내 모습은 어떨까

중앙일보 2012년 2월 16일자 22면

내일은 3월, 본격적인 새 학기가 시작되는 달입니다. 1월을 맞으며 세웠던 이런저런 계획들은 잘 지키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혹시라도 흐지부지돼 버린 계획이 있다면 새 학기를 계기로 심기일전해 보길 바랍니다. 올해는 보내 버린 날들보다 남은 날들이 훨씬 많으니까요.

 이번에 새로운 목표를 세울 작정이라면 마무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뭔가를 시작하기 전에 그 마무리가 어떨지 그려본다면 중간에 힘든 고비를 넘기는 힘을 얻을 수 있답니다. ‘친구 많이 사귀기’를 새로운 목표로 잡았다면 올 연말 크리스마스 때 많은 친구를 집에 초대해 서로 작은 선물을 전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그려보는 식이죠. 학기 중간에 친구들과 갈등·다툼이 생기더라도 연말을 함께 보내기 위해 좀더 양보하고 배려할 수 있겠죠.

 아름다운 마무리에 대해 소개한 기사가 있어 여러분에게 알려 주려고 해요. 패티 김이라는 가수의 은퇴 기자회견에 대해 다룬 내용이랍니다. 패티 김은 청소년 여러분들의 할머니뻘 되는, 연세가 지긋하신 가수예요. 데뷔부터 은퇴까지 ‘톱 스타’의 자리를 굳건히 지킨, 흔치 않은 연예인이죠. 70이 넘은 고령이지만 그의 성량은 여전히 풍부하고 호흡이 깊어 여느 가수가 흉내 낼 수 없는 경지의 노래를 부르고 있죠. 은퇴를 선언한 것은 노래를 부를 수 없어서가 아니라 “팬들이 나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기억하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해요.

 이 기사를 읽다가 또 다른 얼굴이 하나 떠올랐어요.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팝의 여제 휘트니 휴스턴이었습니다. 휴스턴의 젊은 시절은 패티 김에 비할 바가 아니었죠. 가수로, 영화배우로 세계인으로부터 아름다운 흑진주로 사랑과 추앙을 받았죠. 7옥타브를 넘나든다는 폭발적인 가창력의 머라이어 캐리, 안정된 창법과 정확한 음감으로 유명한 셀린 디옹과 더불어 ‘세계 3대 디바’로 불리며 승승장구했답니다.

 그랬던 그가 마지막에 남긴 모습은 그를 사랑했던 많은 팬을 실의에 잠기게 했지요. 술과 마약에 찌들어 힘들어 한 모습, 전성기 때와 달라진 목소리,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외모, 그리고 안타까운 죽음까지.

 어쩌면 어떤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은 쉽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을 정도로 정점을 찍고 나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기 위해 내려오는 과정이 더 어려운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고의 가수가 되기 위해 치열한 삶을 살았을 두 사람, 패티 김과 휘트니 휴스턴. 그 둘의 차이점은 멋진 마무리를 그리며 살았는가가 아닐까 싶네요.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면서 여러분은 어떤 포부와 목표를 갖고 있나요? 그 모든 걸 다 이룬 뒤 여러분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 것 같나요? 그리고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시작과 함께 마무리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는 2월의 마지막 날이 되길 바랍니다.

심미향 숭의여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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