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TM팬 눈살 찌푸린 HOT 표절시비

중앙일보

입력

미국 하드코어 그룹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이하 RATM)' 홈페이지(www.ratm.com)에 뒤늦게 불붙은 HOT 표절시비가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표절시비는 지난 12일 'lagirl2000'이란 아이디의 RATM팬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시작됐다. '한국친구를 통해 HOT가 RATM의 음악을 베꼈다는 얘기를 들었다. 진위 여부를 밝혀달라'는 내용을 남긴 것. 곧이어 HOT 팬, HOT를 비난하는 한국인들과 일부 참견하기 좋아하는 외국인들의 글이 쇄도했다.

HOT의 '열맞춰'와 RATM의 '킬링 인 더 네임(Killing In The Name)'을 비교한 음악파일을 공개하며 표절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었고, 조성모·서태지 등 다른 한국가수들을 원색적으로 욕하는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표절논쟁은 '아시아 음악에 창의성은 없다'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해 보상하라'는 등 RATM팬들의 불만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논쟁의 장소가 HOT가 아닌 RATM의 홈페이지였다는 사실. 전세계 RATM 팬들은 HOT의 표절여부 보단 자신들이 접속한 게시판이 이름 모를 한국 그룹을 비난하는 글로 메워지는 데 더욱 분노했다. 특히 일부 국내 네티즌들은 표절논쟁이 일단락된 13·14일에도 원색적으로 HOT를 비난하는 글을 다시 올려 눈총을 샀다.

대중음악에서 자유로운 창착정신은 가장 중요하게 존중받아야할 미덕이며, 얄팍한 상술로 표절을 일삼는 가수가 있다면 비난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왜곡된 팬 의식과 감정 싸움, 때와 장소를 못가리는 무모함으로 나라망신까지 시킬 필요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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