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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서 호평받은 임상수감독

중앙일보

입력

"요즘 아이들은 눈물을 흘리지 않아요. 냉혹한 현실이 눈물을 빼앗아 갔기 때문이죠. "

14일 폐막한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임상수(林相洙.38)감독의〈눈물〉 이 독특한 제작방식과 사실적인 묘사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데뷔작 〈처녀들의 저녁식사〉에 이어 임감독의 두번째 작품인〈눈물〉은 6㎜ 소형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제작비를 일반영화의 반도 안되는 5억원으로 끌어내렸다.

'디지털 장편 영화는 과연 어떨까' 란 기대감 속에 열린 12, 13일의 첫 상영에서 이 작품은 '사실적이다' '신인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는 호평을 들었다. 특히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이렇다 할만한 한국영화가 없는 상황이 〈눈물〉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눈물〉 은 가출한 10대들의 탈선과 아픔을 다룬 작품. 달동네 동거생활.원조교제.부탄가스 흡입 등 청소년 탈선을 위한 도구들이 영화의 주요 소재이지만 10대들의 아픔을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묘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10대들의 가출은 주변 환경이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그저 어른들의 흉내를 낼 뿐이죠" 라는 그의 말에는 탈선 청소년에 대한 연민이 배어난다.

임감독이 탈선한 10대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으려 한 것은 4년전으로 거슬러 간다.

〈처녀들의 저녁식사〉 로 데뷔하기 전 그는 이 영화를 첫 작품으로 점찍어 뒀다.

그러나 때마침 장선우 감독이〈나쁜 영화〉를 만든다는 소문이 돌자 주위에서 만류하기 시작했다. 주제가 비슷한데다 장감독의 명성에 치일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때마침 투자자도 발을 빼 제작을 접어야 했다.

그러나 그게 오히려 약이 됐는지 〈처녀들의 저녁식사〉 로 그는 일약 주목받는 차세대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흥행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에 디지털이란 실험적인 촬영방식을 택한 그는 실제 서울 가리봉동 달동네에서 1년여를 지냈다. 6개월은 쪽방을 얻어 살았고 6개월은 안경노점상을 하며 사실에 가까운 시나리오를 써냈다.

영화의 결과에 만족스러운지 "이 만큼만 나왔으면 '나쁜 영화' 와 같이 겨뤘어도 해볼만 하지 않았을까요" 라고 너스레를 떤다. 이 영화는 로카르노.베를린 영화제 출품을 위해 개봉을 내년 1월쯤으로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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