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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잘 나가던 북아현3 뉴타운 “사업 접나”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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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희·최모란 기자]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 뉴타운지구 3구역.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건물들은 비를 막기 위해 슬레이트를 올려놓거나 천막을 쳐놓기도 했다. 한눈에 영락없는 달동네였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 때문에 이 지역은 2006년 뉴타운지구로 지정된 지 5년 만인 지난해 9월 사업인가까지 받았다. 총 1265가구 가운데 70%는 뉴타운 추진을 찬성했다.

“결정된 곳 왜 실태조사 하나” 반발

이렇게 순조롭게만 보였던 이 마을이 지난달 30일 박원순 시장의 뉴타운 출구전략 발표 이후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한 60대 여성은 단지 내 공인중개업소에 들어서자마자 “‘사업 접는다’는 얘기가 들리는데 사실이냐”고 말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뉴타운 출구대책을 발표한 뒤 서울의 주택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서대문구 북아현 뉴타운 3구역은 지난해 9월 사업인가까지 났지만 서울시의 발표 이후 뉴타운 추진 여부를 놓고 주민 갈등이 일고 있다. 북아현 3구역의 한 건물에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박지혜 대학생 사진기자(후원 : Canon)]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3구역은 사업인가가 날 때까지만 해도 뉴타운에 찬성하는 사람이 3분의 2 정도였는데 감정평가와 서울시 뉴타운 발표 이후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반대가 늘었다”며 “지금은 주민의 40%가량이 반대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주택 공급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한 지 한 달이 돼가고 있지만 주택시장에선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면 철거 지양, 공공성과 세입자 보호 강화를 골자로 한 지난달 30일 뉴타운 출구전략이 재건축·재개발 시장에 혼선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뉴타운 사업을 계속하려는 주민들의 반발이 크다. 주거환경연합과 60여 개 재개발·재건축 주민대표들은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죽이기를 하고 있다”며 다음달 16일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규탄 집회를 열 계획이다.

사업인가가 나지 않은 뉴타운 지역에선 주민 간 의견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서울시가 21일 갈등조정관을 긴급 파견한 한남 1구역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해밀턴호텔 방향으로 주택을 용도 변경해 만든 상가 주인들과 일부 고급 주택가 주민들은 본격적으로 반대 세력을 결집하고 있다.

송덕화 한남 1구역 추진위원장은 “주민 50% 이상이 동의하면 추진위가 구성되고, 75%가 넘으면 조합 설립이 된다.

“절차 더뎌” 해제 바라는 측도 불만

이런 요건을 거쳐 추진 주체가 결정된 곳에 반대가 10%만 넘으면 실태조사를 하겠다는 서울시 방침은 법에도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대적으로 속도가 빠른 한남 2∼4구역 조합원들도 실태조사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지정 해제를 바라는 측도 서울시에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당초 약속과 달리 해제 절차가 더디고 공무원들도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청장은 “총선을 앞두고 구청이 악역을 자청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 시장이 내세운 세입자 보호도 뉴타운 사업에 또 하나의 악재다. 주거환경연합 변선보 정책실장은 “서울시가 재개발 사업성을 악화시키는 정책만 발표하면서 여기다 세입자 보호 비용까지 강화하면 향후 조합 부담금이 급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국대 김진수(도시계획학) 행정대학원 교수는 “공공성이나 세입자 보호 등을 이유로 지나치게 재개발·재건축을 위축시킬 경우 향후 부동산 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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