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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36달러 돌파...악재 속출

중앙일보

입력

세계 유가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위기고조, 승무원 5명이 사망한 예멘 아덴항의 미 구축함 폭발 사건 등 각종 악재가 겹쳐 12일(이하 현지시간) 배럴당 36달러까지 치솟았다.

베네수엘라 석유 근로자들의 파업 역시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이날 뉴욕시장에서는 11월 인도분 경질유가 배럴당 2.81달러 오른 36.06달러에 폐장됐으나 장중 한때 배럴당 37달러까지 폭등,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뉴욕시장 유가의 폭등은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미국의 석유 공급량이 작년의 35%에 불과해 이에 따른 미국의 석유 재고에 대한 우려도 반영됐으나 시장 관계자들은 특히 중동 폭력사태 격화, 미국이 테러분자들의 자살 공격이라고 주장하는 아덴항 미 구축함 폭발 사건 등으로 인한 석유 공급 불안정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빌 리처드슨 미 에너지장관은 이날 저녁 한 회의에 참석해 "우리는 OPEC 국가들이 석유 생산량을 줄일 것이라고 믿을 만한 이유가 없다"고 말해 중동사태에도 불구하고 OPEC 회원국들의 지속적인 석유공급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골드만 삭스 인터내셔널의 석유시장 투자 전문가인 로버트 호메츠는 이스라엘에 반대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아랍의 석유 생산국들이 석유 공급을 정치적 이득의 지렛대로 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동사태의 격화는 콜롬비아 좌익 게릴라단체에 의한 10명의 외국인 석유 근로자 납치 및 해외 탈주,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4만여명의 베네수엘라 석유 근로자들의 11일 파업 돌입 등 악재에 뒤이은 것이다.

이날 런던시장에서는 북해산 브렌트유가 11일 폐장가인 배럴당 31.79달러에서 미 구축함 폭발 사건에 이어 바로 중동에서의 폭력사태 격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때 35.3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33.50달러에 폐장됐다.

석유시장 관계자들은 중동의 폭력사태가 확산되면 세계 최대의 석유생산국이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중추국가인 사우디 아라비아와 같은 중동지역의 `파워 브로커'들을 끌어들이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관측통들은 이스라엘을 상대로 팔레스타인 위기에 과잉대응을 하지 말라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경고가 중동사태와 관련한 자국 입장 천명의 수단으로 석유시장 전술을 이용할 것임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석유 공급 중단 위험은 높다고 말했다.

이라크는 12일 "오는 11월 1일부터 모든 석유 대금으로 유로화만을 받기로 했다"고 발표, 유엔이 프랑스의 한 특수은행에 압류돼 있는 수십억달러의 이라크 화폐를 유로화로 태환해주지 않을 경우 석유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위협, 유가 상승을 부채질했다.

한편 OPEC는 악화되고 있는 중동 위기로 인한 유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또 다시 증산을 하지는 않겠지만 석유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와 관련해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두바이의 한 소식통이 밝혔다.(뉴욕.카라카스.바그다드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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