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포스트시즌 - 우승은 내손안에 있소이다

중앙일보

입력

이제 2000 프로야구도 6개월여에 걸친 대장정을 마치고 새천년의 주인을 가리기위한 포스트시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양대리그가 시작된 이래 사상 처음으로 준플레이오프가 성사될 정도로 매직리그와 드림리그간의 전력 불균형이 두드러졌던 올 시즌이었다. 이제 포스트시즌은 정규리그 1위 현대 대 롯데 - 삼성 준플레이오프의 승자와 서울팀 라이벌 LG 와 두산의 대결로 윤곽이 잡히게 되었다.

단기전 특성상 예상치 못했던 돌발변수에 의해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포스트시즌이 주는 매력적인 요소는 정규시즌에선 부상이나 컨디션 난조로 인해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선수들이 포스트시즌에서 예상치 못했던 활약으로 팬들과 구단에게 기쁨을 가져다 주는 경우이다.

대표적인 사례들은 다음과 같다.

1.84년 한국시리즈의 유두열(롯데)

- 역대 한국시리즈 사상 최고의 명승부로 꼽히는 롯데 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7차전. 4-3으로 뒤지고 있던 8회초 유두열은 삼성의 에이스 김일융으로부터 역전 3점홈런을 뽑아냈다.

당시 유두열은 극심한 타격부진으로 헤매고 있었고 롯데의 강병철 감독은 7차전을 앞두고 박용성과 타순을 바꾸어 오더를 제출하려 했다. 하지만 오더를 내보내는 과정의 착오로 인해 유두열은 예전 타순대로 나오게 되었고 결국 이 극적인 홈런 한방으로 인해 한국시리즈 최우수 선수로 선정되는 영광까지 얻게된다.

2.88년 한국시리즈의 김봉연(해태)

- 당시 선수로는 전성기를 지난 김봉연은 페넌트레이스에선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빙그레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부상당한 김성한을 대신해서 1루수로 뛰며 관록을 발휘하면서 공,수에서 맹활약, 노장은 죽지 않았음을 입증하였다.

3.90년 한국시리즈의 김기범(LG)

- 부상으로 인해 정규시즌에서 5승밖에 거두지 못했던 김기범은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 깜짝 선발등판하며 삼성타선을 7이닝동안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호투를 하며 팀 승리에 공헌을 한다. 당시 잠실구장에서 2연패를 당하며 홈구장에서 반격의 발판을 마련하려던 삼성으로선 치명적인 패배였고, 결국 한국시리즈는 4차전으로 마감되고 만다.

4.95년 한국시리즈의 김경환(롯데)

- 국가대표 출신으로서 93년 억대의 계약금을 받고 기대를 모았던 김경환은 어깨부상으로 인한 재활훈련으로 2년을 흘려보낸다.
그러나 95년 시즌부터 중간계투로 활약을 하며 재기의 조짐을 보이고 마침내 OB와의 한국시리즈에서 중간요원으로 전천후 투입되며 팀이 거둔 3승중 2승을 거두는 활약을 선보인다. 만일 롯데가 우승을 차지했다면 최우수선수는 당연히 그의 몫이었을 것이다.

5.98년 플레이오프의 서용빈(LG)

- 부상으로 인해 페넌트레이스에서 한경기도 출장못했던 서용빈은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 주전 1루수로 전격 투입된다. 공백이 너무 길지 않느냐는 주위의 우려에도 아랑곳 않고 공수에서 발군의 활약을 펼치며 당시 전력상 열세로 평가받던 팀을 한국시리즈로 진출하게 하는데 절대적인 공헌을 한다.

이번 포스트시즌도 어김없이 각 팀별로 큰 기대를 걸고있는 비밀병기가 있는데, 이들의 활약여부에 따라 우승의 향방이 갈릴 수 있을만큼 전력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각 팀별로 활약을 기대해볼만한 비밀병기들을 알아보고자 한다.

<드림리그>

1.현대

-- 정규시즌 1위 현대에도 전력의 허점이 있는데 바로 믿을만한 좌완투수의 부재이다. 좌타자가 즐비한 LG에게 시즌내내 고전한 점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신인 마일영은 아직 경험이 부족한 탓에 단기전에서 활약을 보여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 줄만한 비밀병기가 있는데 바로 조규제이다. 오랜 부상의 터널에서 벗어나 포스트 시즌 출격을 대기하고 있는 조규제에게 현대 코칭스태프는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중이다. 경험이 많고 승부 근성이 뛰어난 그가 제 몫을 해준다면 현대의 전력에 커다란 플러스 요인이 될것이다.

2.두산

-- 시즌 내내 선발투수의 부재로 물량작전을 써왔던 두산은 포스트 시즌을 앞두고 완전히 다른 형태의 투수로테이션 운용을 구상하고 있다. 이 새로운 로테이션 운용의 핵심을 쥐고있는 선수는 바로 돌아온 에이스 박명환이다.

크고 작은 부상으로 신음해 왔던 그는 이제 부상의 악몽에서 완전히 탈출하며 전보다 훨씬 강해진 구위를 선보이며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그가 살아난다면 기존의 구자운,조계현,이혜천,진필중등과 더불어 두산 투수진은 타팀에게 경계의 대상이 될 것이다.

3.삼성

-- 시즌 전 기대와는 달리 드림리그 3위로 추락하며 준플레이오프라는 험난한 과정을 치뤄야 할 삼성의 전력의 변수는 바로 두명의 30대 투수들이다.바로 이강철과 박동희.

삼성이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절대명제 아래 영입한 이들은 정규시즌에선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단기전에서 워낙 강한면을 보여왔고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라 이들이 제 몫을 해낸다면 삼성은 정규시즌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선을 보일 것이다.

<매직리그>

1.LG

-- 중심타선이 좌타자 일색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좌투수에게 시즌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던 LG 타선에게도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름아닌 근성있는 우타자 최익성이 가세하기 때문이다. 장타력과 승부근성을 겸비한 그가 기존의 스미스와 더불어 우타라인을 형성한다면 LG 타선의 좌,우 균형에 짜임새가 생기며 전력이 한층 강화될 것임은 분명하다.

2.롯데

-- 문동환이 부상으로 중도하차하고 주형광이 예전만큼의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롯데의 투수진은 손민한,박석진,기론 중심으로 운용될 전망이다.

그러나 롯데 코칭스태프가 기대를 걸고 있는 선수는 바로 재활훈련을 마치고 1군에 합류한 비운의 투수 염종석이다. 경험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단기전에서 두번의 한국시리즈를 치뤄낸 경험이 있는 염종석은 롯데의 투수력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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