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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이주수요가 전셋값 두배 올렸다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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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기자]

짐작은 했지만 일부지역 전셋값 폭등의 주범은 재건축 이주수요였다. 조용하던 전세시장에 수십명만 흘러들어도 시장이 출렁대는 판에 수백명이 전셋집을 찾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정부가 이런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재건축ㆍ재개발 정책을 만들었으니 무주택 서민의 삶은 고달플 수 밖에 없지 않는가.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사는 이모씨의 하소연이다.

“4월에 전세계약 만기가 돌아오는데 집주인이 갑자기 4000만원이나 올려 달라고 해서 큰일이에요.”

"집주인이 전셋값을 올릴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정도 일 줄은 몰랐어요. 오른 전세금을 충당할 돈 구하는 것도 문제지만 돈을 올려준다해도 인근에 빈 전셋집이 없어 구할 수도 없어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남권에서 오르기 시작한 전셋값이 인근 지역에서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 1300가구가 넘는 강남구 대치동 청실아파트의 재건축 이주와 우성 2차 리모델링 이주수요 등으로 강남구 일대는 물론 송파구ㆍ강동구 등 인근지역으로 전셋집을 구하러 나선 수요층이 많았다.

게다가 올 1월부터 강동구 고덕동 고덕시영 2500가구의 이주가 진행되면서 이미 이 일대 전셋값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에 따르면 고덕시영 이주가 시작된 1월부터 2월 현재 강동구 전셋값이 1.58% 상승했다.

고덕동은 1.66% 상승했으며 인근 명일동 3.3%, 길동 6.05%로 주변지역 전셋값도 오름세다. 같은 기간 서울시 전셋값이 평균 0.83%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고덕동 전셋값은 2배 정도 오른 셈.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전월세 실거래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12월 3억5000만원 선이던 고덕아이파크 전용 84㎡형의 전셋값이 2월 들어 3억8000만원까지 거래됐다. 두달 만에 2000만원 이상 전셋값이 뛰었다.

전셋값이 1억원이 채 안되던 고덕주공 전용 48㎡형도 두달 만에 1억1000만원까지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동구 일대는 지난해 상반기 406가구 규모의 성내동 미주아파트 재건축 이주가 진행되면서 전셋값이 올랐다. 적은 가구수가 이주했음에도 성내동 내 아파트 단지가 많지 않아 인근지역으로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대적으로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성내동 미주아파트가 이주한 2010년 12월부터 2011년 6월까지 강동구 전셋값은 평균 7.41% 올랐다. 성내동 7.63%, 고덕동 8.61%, 길동 8.90% 상승했으며, 암사동은 11.25%까지 급등했다.

성내동에 위치한 e-편한세상 전용 84㎡형의 전셋값이 미주아파트 이주기간 동안 2000만원 가량 상승했으며, 일대 아파트 단지의 전셋값이 1000만~2000만원 정도 상승했다.

대치 청실 이주, 대치동 전셋값 6.69% 올라

강남권 전세난의 진원지였던 대치동의 경우 청실아파트 이주기간 동안 전셋값이 6.69% 올랐다. 본격적으로 이주가 시작된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강남구 5.95%, 서울 5.88%의 상승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압구정동(6.72%), 도곡동(7.38%), 개포동(7.56%), 역삼동(7.70%), 삼성동(8.40%) 등에서 전셋값이 상승했다. 이 기간 강남권에서는 재건축 이주수요와 만기를 앞둔 전세 세입자, 방학 학군수요까지 몰리면서 전셋값 상승폭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전셋값이 5000만원 이상 올랐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실거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2억7000만~3억6000만원 선이던 은마아파트 전용 104.71㎡의 전셋값이 12월에는 3억3000만~4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다.


비슷한 기간에 이주한 논현동 경복아파트도 일대 전셋값에 영향을 미치긴 마찬가지. 2011년 10월부터 2012년 1월까지 308가구가 이주하면서 논현동 전셋값은 4.50% 상승했다.

앞선 청실 아파트 이주로 강남권 일대로 전셋값 급등이 한차례 있었던 터라 이 기간 강남구 평균 전셋값은 0.28% 소폭 오름세를 보였다.

이처럼 지난해 서울 강남권과 강동권 일대에서는 재건축 단지 이주기간 동안 전셋값이 크게 출렁인 것으로 나타나 향후 재건축 이주를 앞둔 곳에서 전셋값 상승이 우려되고 있다.

올해 서울에서 예정된 재건축 이주수요는 강동구 고덕동 고덕시영 2500가구를 포함해 서초구 잠원동 대림 637가구, 반포동 신반포 790가구,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 1,2차 6600가구, 강동구 상일동 고덕주공4단지 410가구 등 1만900여가구에 이른다.

특히 이미 지난해 재건축 이주로 인해 전셋값이 오른 강동구와 송파구 일대에 대규모 이주수요가 집중돼 있어 이들 지역의 전세불안이 확산될 조짐이다.

전셋값 상승으로 집을 구하지 못한 수요층이 전셋값이 그나마 저렴한 인접한 경기 하남, 구리, 남양주 등으로 밀려나면서 주변지역으로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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