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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에서 성공하려면 세계 일류가 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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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성공한 전문경영인 손영권 사장은 오크테크놀로지(주)의 CEO를 맡아 1년6개월만에 정상에 올려놓은 주인공이다. 나스닥 상장회사인 오크테크놀로지의 경영을 맡은 후 그는 주가를 10배 이상 올려놓는 수완을 보이며 주목받았다. 그는 이전에 인텔과 콴툼사에 재직한 바 있으며 지금도 사외이사 등의 직함으로 닷컴이나 커뮤니케이션 업체 등 10여개사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손영권 사장은 인터뷰에 앞서 오크테크놀로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이 취한 조치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이 회사가 보유한 기술력을 방어하기 위한 노력과 효과적인 사업 전개를 위한 파트너십 확대. 또 원래 칩 생산업체였던 오크테크놀로지를 관련업체 3개사를 병합해 어플리케이션사업화시킴으로써 회사의 역량을 부가가치가 높은 구조로 전환시켰다. 그는 투자자와의 관계를 개선한 것도 주요한 업적으로 꼽았다.

― 벤처기업의 CEO가 취해야 할 전략은 어떤 것인가.
“우선 기술집약적 기업으로의 변신에 중점을 두고 CEO의 리더십과 파트너십 확대, 네트워크 형성, 부가가치 생산 등에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무엇보다 CEO의 역할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스피드와 인재 위주의 경영을 해나가야 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이런 요소들에 초점을 맞추고 경영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러한 요소간의 밸런스 조정이 더 급선무로 보인다. 최근 중요인물 관리 등 새로운 요소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 오크테크놀로지의 성공비결이라면.
“글로벌 마켓에서 인력관리에 성공했다는 점을 제일 먼저 꼽을 수 있다. 인도·대만·영국 등 세계 각국의 강점이 있는 사람들로 팀을 구성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렇게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고 또한 자연스럽다. 물론 언어 문제나 매니지먼트의 문제는 있을 수 있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무엇보다 중요한 글로벌한 사고(思考)를 획득할 수 있다.”

― 실리콘밸리의 한국업체들 사정은 어떤가.
“실리콘밸리에는 한국인들이 적다. 100명 중 30∼40명 정도가 중국인이나 인도인이라면 한국인은 3∼4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로컬 R&D나 업무 코디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테크놀로지 본부’를 현지에 두고 한국에서 하기 힘든 조정업무를 맡기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본사의 결정을 기다리다 보니 실리콘밸리에서 적응하기 힘든 것 같다. 일본 업체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 버블논쟁 이후 실리콘밸리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지금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비중이 큰 부분은 반도체와 커뮤니케이션 분야다. 인터넷 붐은 한물 갔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인터넷사업은 오프라인의 보조적 역할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 닷컴기업들의 장래는 어떤가.
“검색기와 데이터베이스 툴 관련 기술을 가진 와이즈엔진닷컴처럼 세계적인 기술을 가진 기업의 예를 들어보자. 이 회사에는 데이터마이닝의 대가(大家)인 KAIST의 심규석 박사와 같은 훌륭한 엔지니어가 있다. 이 기술은 다이내믹 서치툴이라고 하는데, 보통 검색엔진에서 걸리지 않는 DB까지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해준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경영팀이 결합한다고 보자. 마켓 자체가 미국시장인 데다 세계적인 최고 경영진이 운영한다면 확실히 다를 것이다. 다음으로 쇼핑몰의 문제를 짚어 보자. 쇼핑몰업체는 올해 안에 대형 업체만 남고 대부분 정리될 것으로 본다. 결국 기술과 경영진, 그리고 브랜드 인지도가 좌우할 것이다.”

― 국내 벤처와 미국의 벤처를 비교한다면 어떤 차이가 있나.
“먼저 한국에는 프로페셔널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기업의 밸류를 결정하는 것은 절대 돈이 아니다. 벤처캐피털은 인큐베이션을 통해 벤처기업이 성공하도록 도와야 한다. 해당 산업분야에 대한 지식과 네트워크, 부가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이를 조합하는 능력이 우수해야 한다. 이는 미국이 지난 30∼40년간의 경험에서 이끌어낸 결론이다. 솔직히 한국의 벤처캐피털은 파이낸싱을 한다고 할 정도로 아마추어적이다. 미국은 인큐베이션을 통해 스타기업을 만들어 낸다. 국내 벤처들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국내 인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산업분야에 관한 지식이 부족하다. 보다 전문화된 인력이 벤처캐피털로 활동해야 한다.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 중에 중국계인 우푸첸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탁월한 지식과 네트워크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글로벌사업에서는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은 부가가치를 좇아야 한다. 한국에서는 볼륨 위주로 사업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에서는 비즈니스 모델과 부가가치, 상장(IPO) 가능성을 위주로 평가한다. 올드 패러다임은 완제품을 기준으로 했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은 핵심 코어칩을 중시한다. 인텔이 광고하는 ‘인텔 인사이드’가 바로 이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텔이 덩치 큰 PC를 일일이 만들어 팔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대신 인텔은 PC 속에서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칩을 만드는 것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코어를 잡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생산에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것을 하려는 노력이 집중되어야 한다.”

― 한국과 미국의 비즈니스 방식에서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미국에서는 먼저 마켓의 크기를 따진다. 다음으로 테크놀로지와 마켓의 트렌드를 잘 잡아내야 한다. 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느냐의 여부, 회사의 기술력, 경영진(매니지먼트 팀)의 구성, 이사회나 고문 등 경영에 관계하는 사람들의 면면이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

― 벤처기업 CEO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이라면.
“사물을 분리해 볼 수 있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 ‘숨어 있는 보석’을 찾아내는 눈이 있어야 한다.”

― 경영을 맡은 후 오크테크놀로지의 주가를 10배 이상 올려 놓았는데 나스닥에서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첫째, 비즈니스 모델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회사가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포지셔닝을 잘 해야 한다. 벤처캐피털과 시드펀딩, 매니지먼트 등 백그라운드도 중요한 요소다.

둘째로는 아이디어다. 지금 주가가 좋지 않지만 두루넷은 사업 아이디어가 아주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경우다. 셋째, 고객관리를 잘 해야 한다. 효과적인 기업활동을 위한 파트너십 확대도 중요하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시장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가 키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성장성은 물론 능력면에서도 넘버원이 되어야 한다. 실리콘밸리에는 이스라엘 기업들의 성공사례가 많다. 이들은 미국 현지법인을 설립하거나 직접 진출하는 두가지 경우가 있는데 기술력은 기본이다. 이들의 장점은 IPO 로드쇼를 하는 CEO들이 투자가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언어)을 갖추고 있고 매니지먼트 등에서도 약점을 보강할 수 있는 네트워크(인맥)가 풍부하다는 게 강점이다.”

― 오크테크놀로지의 사업영역은?
“광(光)저장장치에 필요한 드라이버 코어칩 등을 생산한다. 삼성 이미징 포스트스크립터의 부품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또 삼성·현대·LG 등 제조업체와 분야별로 제휴하고 있다. 현재 서울사무소를 개설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한국시장은 회사 매출의 30% 정도를 차지하므로 대단히 중요한 시장이다.

우리가 하는 디지털 이미징 분야는 한마디로 카메라나 복사기·프린터 등의 핵심기능을 담당하는 부품을 개발, 제조하는 기술을 말한다. 미래의 비전에 대해 말하자면 비디오나 방송용 동영상 처리부문이 우리의 미래 사업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분야는 비디오 스트리밍, 옵티컬 테크놀로지 중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마이크로포토닉 기술, 유전자를 해석하고 치료기술을 개발하는 제네틱 기술 등이 포함된다. 모든 어플리케이션 활용에는 반드시 테크놀로지가 필요하므로 오크테크놀로지의 사업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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