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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동의 중국世說] 시진핑 방미 평가와 발전적 미-중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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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국 강병의 길을 돌진하는 중국과 중국을 겨냥한 국방 전략을 구사하는 미국이 아태지역에서의 대립은 피할 수 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의 방미와 관련, 일본 '요미우리' 사설이 G2의 숙명적 쟁패를 지적한 말이다.

시진핑의 방미 결과

미래 패권을 꿈꾸는 중국의 뉴리더 시진핑은 2.13-17간 현재의 패권국인 미국을 방문, 세계 매스컴들의 "스포트라이트 (spotlight)"를 한 몸에 받았다   
홍콩의 시사 주간지 "아주주간"은 '발렌타인 데이'를 즈음한 시진핑의 방미에 대해 "미국 측의 레드카펫과 군악대 환영은 마치 연인을 기다리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미-중 양국의 화합을 기원하는 애드벌룬 논조로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오바마- 시진핑의 회담에서는 티베트 및 대만문제, 인권문제, 무역 불균형 문제 등 단골 레퍼토리는 물론, 세계 금융 위기 대응, 북한 핵 문제 등 다양한 이슈의 요리가 회합 테이블을 장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진핑에게 "미- 중 관계 강화가 사활적으로 중요하다"며, "능력과 번영의 확대는 책임 증대가 따른다"고 점잖게 대국책임론으로 선제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서 오바마는 국제 경제규범 준수와 무역 불균형 시정, 인권상황 개선을 계속 요구하는 등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듯 시진핑에게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에 대해 시 부주석은 "양국이 대등한 입장에서 상호 이익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한다"고 응수하면서, 신중하고 온화한 매너로 오바마의 예봉을 피해나갔다.

하지만 시진핑도 그리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2.15 '미-중경제위원회' 오찬에서는 "대만 문제는 미- 중 관계의 가장 핵심이익(coar interests)이자 민감한 문제"라며, 대만과 티베트의 독립을 반대해줄 것을 미 측에 요구했다.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양국의 역사적 배경이 다르다"며, "양국이 인권향상을 위해 선택한 서로 다른 길을 존중해야 한다"고 전날 오바마의 공격에 역공을 날렸다. 역공의 시기와 장소가 다분히 전략적 신축성을 돋보이게 한 대목이다.

다만 "역사적 배경이 달라 인권향상을 위한 선택의 길도 다르다"는 대응은 좀 궁색해 보인다. 인권이란 현재 존중되고 있느냐가 중요하지 과거 역사와 무슨 관계가 있으며, 인권향상의 길이 선택지가 있다는 것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하기야 중국의 이런 입장과 수준을 뻔히 알면서도 백년하청의 숙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미국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시 부주석은 “나의 미국 방문은 완벽하게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인민일보 등 중국 언론은 한결같이 "시진핑의 방미가 두 나라 국민들의 교류를 촉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거의 공산당 선전부 수준의 홍보논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좀 다르다. 미국 정부는 "마지막 날까지 차기 중국지도자에 대한 예우를 잊지 않으면서도 할 말은 다한 만남이었다. "고 평가했다. 특히 '조 바이든' 부통령은 "금번 시부주석의 방미로 양국의 무역확대 등이 기대되나, 쌍방의 ‘장애물’ 존재도 확인했음"을 토로했다.

객관적 입장에서 보면, "양국 간 협력의 필요성과 상호 이해존중 등 정치적인 성찬만 테이블에 가득 올랐을 뿐 실제적으로 주요 합의나 성과는 없었다."는 평가가 더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굳이 양측의 실질소득을 점검해 본다면, 중국은 시진핑의 지도자상 확립을 내외에 과시하며 그를 가장 화려한 국제정치무대에 데뷔시켰다는 점이 큰 수확일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향후 10 년간 중원을 지배할 중국 최고 지도자의 면면과 중국의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는 예비적 기회를 가졌다는 점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아직 권좌에 취임하지 않은 시진핑의 위치로 보나, 오바마의 대선향배 등을 감안할 때, 더 이상의 의미부여와 확대해석은 무리가 아닌가 한다.

발전적 미-중 관계의 방향

미국의 안보전략 기조는 각국과의 협력 및 동맹 강화, 파트너십을 통한 국제문제 해결, 군사력 증강을 통한 패권유지다. 특히 미-중 관계는 미국이 '전략적 보장(strategic reassurance)’이라는 개념으로 중국에 접근함으로써 ‘전략적 경쟁관계’에서‘전략적 협력관계’로 전환되면서 표면상 양국은 '협력의 패’를 운용중이다.

미중 양국은 지금 전략 및 경제대화라는 정례 고위급회담에서 양국 현안을 넘어 북한 핵문제, 국제금융, 대테러, 기후문제까지 글로벌적인 대화를 하고 있다.

헌데 이런 대화들도 명분과 형식만 잘 포장되었을 뿐 자국의 국익과 내치의 현실 앞에서 양보와 타협이 부족, 진전된 스탠스를 잡지 못한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기에 중국은 당장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반기를 들고, 시리아에 대한 유엔 안전 보장 이사회 결의안에도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은 이제 미국에게 자신 있게 "NO"라고 말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태도에는 미국이 동북아에서 향유해온 헤게모니 국가로서의 지위에 도전장을 내미는 전조가 배어있다.
중국의 차기 집권세력은 미국 측에 향후 미국의 대 아시아 정책면에서 변화된 역내 상황에 부응하는 새로운 정치적 대본(political script)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특히 중국의 경성파워가 아시아 지역에 투사되는 과정에서 역내 국가들 간에 대립적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북한핵 및 남사군도 문제 등으로 미중 양국의 대립이 격화될 시, 국제정세가 바로 요동칠 수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양국은 핵심이익 등에서는 물론, 글로벌 이슈에서도 한 스텝씩 양보하는 타협의 지혜를 발휘하여, 국제적 조정자 (coordinator)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중국은 시진핑이 등극하면 국익만 우선하는 민족주의적인 사고에서 탈피, 국제적 규범을 수용하고, 책임대국으로서의 일신된 면모를 보여야 할 것이다. 미국도 중국을 견제하고 포위하는 전략보다는 이해와 상생의 대중국 스마트 외교를 전개해야할 것이다.

오바마가 천명했듯이 미-중 관계는 21세기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중 하나다. 따라서 미-중 양국 간 '협력의 패'는 이제 옵션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부디 兩雄은 세계질서 재편의 주역으로서 chimerica의 협력정신으로 당면한 세기적 난제들을 슬기롭게 극복하여 번영의 금세기를 견인해 나가기 바란다.

한형동 산둥성 칭다오대학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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