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크지만 느린 곰이 온다 … 농협 금융지주 출범 땐 ‘금융 빅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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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보험업계는 집안 단속을 하느라 바쁘다. 다음 달 출범하는 농협 보험회사인 NH생명과 NH손해보험 때문이다. 그동안 농협 보험은 농협 지점을 활용해 보험상품을 팔아왔는데 본격적으로 설계사 조직을 운영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요즘 설계사 이동은 개인이 아닌 팀 전체가 옮기는 경우가 보편적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특정 지점이 와해될 수도 있어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업계에서 농협금융지주는 덩치는 큰데 느린 곰의 등장에 비유된다. 일단 규모 면에서 농협금융지주는 ‘5대 지주’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새로 출범할 농협금융지주의 자산규모는 240조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우리금융(372조원), KB금융(366조원)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결코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은행 점포망에선 다른 금융지주 소속 은행을 압도한다. 농협은행의 지점 수는 1172개로, 국민은행(1162개)보다 많다. 합병으로 덩치를 키운 하나·외환은행보다는 100곳 이상 많은 수준이다. 여기에 지역 농협이 운영하는 점포까지 합하며 시중은행과 점포망에선 경쟁이 되지 않는 수준이다. 박범수 농림수산식품부 농업금융정책과장은 “농업 정책자금 관련 업무에서도 농촌 지역 점포가 많은 농협이 앞으로 상당기간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며 “완전 경쟁이 되더라도 농협의 시·군 금고 운영 비율(70%)이 떨어지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험업에서도 덩치는 남부럽지 않다. 현재 농협공제의 수입 보험료는 9조7228억원이다. 이 중 생명보험 몫이 8조9687억원이다. 생명보험회사를 기준으로 하면 출범과 동시에 삼성·대한·교보에 이어 4위가 된다. 농협은 생명보험 자산규모(32조원)를 2020년까지 76조원으로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속도와 전문성이다. 농협은행의 생산성은 시중은행에 크게 뒤진다. 직원 1인당 자산은 140억원 수준이고, 예수금과 대출금은 각각 100억원이 안 된다. 시중은행들은 1인당 자산이 200억원이 넘는 곳(신한)도 있고, 예수금·대출금은 대부분 100억원 이상 수준이다. 금융계의 관심이 농협 금융지주회사 대표 선임에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초기 경쟁력 제고는 결국 최고경영자(CEO)에게 달렸기 때문이다. 지배구조에 대한 논란도 부담이다. 농협 측은 협동조합의 특색을 살려 100% 조합원 지분을 선호하지만, 정부 일각에선 농협에 외부 자본이 일부 들어가 자극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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