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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기념관 개관] 펜으로 꾹꾹 눌러쓴 경부고속도 구상 … 손때 묻은 카메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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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박정희 대통령 기념·도서관’ 개관을 하루 앞둔 20일 김정렴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장이 기념관 제1전시실을 둘러보고 있다. 왼쪽은 김 회장이 영문으로 쓰고 세계은행 경제개발원에서 출간한 ‘흥망선상의 정책 수립-어느 한국 행정실무자의 회고록’ 전시물. 김 회장은 9년3개월간 박정희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안성식 기자]

박정희 전 대통령이 파란색 펜으로 꾹꾹 눌러쓴 경부고속도로 구상안, 마지막 행사였던 삽교천 방조제 준공식 때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손에 쥐었던 테이프 커팅용 가위, 손때 묻은 카메라와 색색의 물감이 짜인 채 그대로인 팔레트와 이젤….

 ‘대통령 박정희’와 ‘인간 박정희’를 함께 보여주는 서울 상암동 박정희 대통령 기념·도서관의 소장품들이다. 기념관은 사업을 시작한 지 13년, 착공한 지 10년 만에 21일 개관한다. 개관식을 하루 앞둔 20일 본지가 기념관을 찾았다. 기념관을 둘러보는데 김정렴(88)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 회장이 동행했다. 9년3개월간 최장수 비서실장으로 박 전 대통령의 곁을 지켰던 그다.

 “아주 흐뭇합니다.” 구순을 앞뒀지만 목소리는 또렷하고 힘이 있었다. 지팡이를 짚긴 했지만 빠르게 계단을 오르내렸다. ‘영원한 박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은 아직도 현역이란 점을 보여주듯 기념관 내부의 사진과 조형물을 꼼꼼히 살펴보고 설명했다.

 기념관은 지상 3층에 부지 9275㎡, 연면적 5260㎡ 규모다. 2층의 제1 전시실은 박 전 대통령의 대형 사진과 18년6개월 그가 했던 일을 한눈에 볼 수 있게 꾸며놨다. 1층의 제2 전시실은 ▶고속도로 건설 ▶새마을운동 ▶농업 개발 ▶중화학공업 정책 등을 설명하는 모형과 유품으로 채워져 있었다.

 누렇게 바랜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책자의 앞장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쓴 메모가 빼곡했다. 1970년대 영일지구 사방사업 현장을 축소해 만든 모형 앞에 김 회장은 잠시 멈춰 섰다.

 “제가 아마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 헬리콥터를 가장 많이 탄 사람이었을 겁니다. 박 대통령과 댐, 고속도로 현장을 누볐지요. 여기 영일 사방사업 현장 위에 올라가서 박 대통령과 서 있던 때가 기억납니다.”

 1층의 제3 전시실은 ‘인간 박정희’의 공간이다. 옷과 라디오, 망원경, 카메라…. 그리고 낡은 책 『이순신』의 앞장엔 박 전 대통령이 53년 12월 손으로 적은 독후감이 담겨 있었다. 김 회장은 “박 대통령이 돌아가신 후 격하(格下) 움직임이 있었다. 이래선 안 되겠다고 해서 회고록을 출판했고, 이제 기념관도 문을 열게 됐다”고 밝혔다.

개관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건립이 처음으로 추진됐다. 99~2001년 국회에서 국고보조금 200억원을 지원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때 국고보조금 지급이 취소됐다. 사업 진행속도가 더디고 건축비로 같이 쓰기로 한 기금 모금이 부진하다는 이유에서였다. 2005년부터 4년에 걸친 소송 끝에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는 ‘국고보조금 취소는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냈다. 2010년 공사가 다시 시작됐고, 건설비로 220억원을 쓴 끝에 지난해 말 기념관이 완공됐다.

 박정희 대통령 기념·도서관이지만 이번에 기념관만 문을 연다. 도서관은 올해 중순 개관한다. 대규모 국가 예산이 들어가고, 땅도 서울시 재산을 사용했는데 박 전 대통령 관련 자료로만 채워진다는 문제를 일부 사회단체가 제기한 상태다. 기념관 자체에 대한 야권의 반발도 만만찮다. 기념관이 4월 총선을 두 달 앞둔 예민한 시기에 문을 열었다는 점을 논란거리로 삼으려는 쪽도 있다.

조현숙 기자

박정희 기념·도서관 건립되기까지

- 1999년 8월 ‘사단법인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 설립

- 1999~2001년 건축비 국고보조금 200억원 지원 국회 의결

- 2002년 1월 착공

- 2002년 5월~2004년 정부 국고보조금 집행 8차례 거절, 공사 중단

- 2005년 3월 정부 ‘기부금 모금 부진하다’는 이유로 국고보조금 전액 취소 통보

- 2009년 4월 대법원 ‘정부의 국고보조금 취소 부당하다’ 판결

- 2010년 3월 8년2개월 만에 공사 재개

- 2012년 2월 21일 개관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 회장
[前] 상공부 장관(제23대)
[前] 재무부 장관(제20대)

19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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