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스타 린에 인종차별적 표현한 ESPN 사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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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뉴욕 닉스의 포인트 가드 제러미 린이 19일 미국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벌어진 댈러스 매버릭스와의 경기에서 3점 슛을 성공시킨 뒤 포효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미국 스포츠전문 케이블 채널 ESPN이 미국 프로농구(NBA) 뉴욕 닉스 소속의 대만계 스타 제러미 린(24)에 대해 인종차별적인 표현을 했다가 팬들의 비난을 받고 황급히 사과했다.

 문제의 표현은 17일(현지시간) ESPN 모바일 페이지에 걸렸던 ‘Chink In The Armor’라는 제목이다. 이 표현은 ‘갑옷 속의 작은 틈’, 즉 ‘약점’이라는 뜻의 관용어로 자주 쓰인다. 이날 뉴욕 닉스와 뉴올리언스 호네츠 간의 경기에서 닉스가 85-89로 패했고, 이 과정에서 린이 9개의 턴오버(공격권이 상대편으로 넘어가는 것)를 범한 점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제목 중 ‘chink’엔 ‘찢어진 눈’이라는 뜻도 있어 아시아계, 특히 중국인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린을 인종적으로 모욕한 것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팬들의 비난이 빗발치자 ESPN은 게재 35분 만에 이 기사를 내리고, 문제의 제목을 게재한 직원을 해고했다. ESPN은 성명을 통해 “거듭 사과의 뜻을 표하며, 특히 린에게 사과한다”면서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에서 그의 성취는 거대한 자부심의 원천”이라고 밝혔다. 린은 이날 패배 직후 인터뷰에서 “실수로부터 배워 다음 경기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NBA에 황색돌풍을 일으키며 전 세계 농구팬들을 매혹하고 있는 린을 두고 미국 언론들은 ‘Linsanity(린에 열광하다)’ ‘Lincredible(경이로운 린)’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쏟고 있다. 린은 19일(현지시간)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댈러스 매버릭스와의 경기에서 28득점 14어시스트에 스틸 5개의 눈부신 활약으로 다시 팀 승리를 이끌었다. 개인적으로는 NBA 데뷔 후 최다 어시스트 기록이다.

 또 린의 활약으로 미국 뉴욕의 NBA TV 중계권료 분쟁도 사실상 타결됐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뉴욕 닉스는 린의 맹활약을 앞세워 최근 7연승을 했지만 정작 뉴욕 닉스 팬들인 뉴욕 사람들은 뉴욕 닉스 경기를 TV로 볼 수 없었다. 뉴욕 닉스를 소유하고 있는 매디슨 스퀘어 가든 그룹과 세계적인 미디어그룹 타임 워너가 중계권을 놓고 분쟁을 빚어 1월 첫 경기부터 뉴욕 지역에 경기가 중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8승 15패로 중하위권에 머물던 뉴욕이 혜성 같이 나타난 린의 활약으로 상위권 도약의 희망이 생기자 중계방송을 볼 수 없는 팬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결국 매디슨 스퀘어 가든 그룹과 타임 워너는 팬들의 압력에 중계권 협상을 타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매디슨 스퀘어 가든 그룹의 주가도 린이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한 이달 초와 비교해 11% 정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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