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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재개발·재건축 사업포기 속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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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서울의 재개발·재건축사업 포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까지 마포구 등 7개 구에서 재개발 1곳, 재건축 9곳 등 10개 구역의 추진위가 주민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 구청에 해산신고서를 제출했다.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이 시행에 들어가면 사업을 접는 구역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20일 각 구청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사업을 접은 구역은 마포구가 3곳으로 가장 많았다. 주변 집값이 비싸 사업성이 나은 곳으로 평가되는 강남권의 송파구와 서초구에서도 각각 한 개씩 사업을 접은 구역이 나왔다. 2009년 8월 추진위 승인을 받은 송파구 잠실동 2만8000여㎡ 규모의 새마을구역은 지난달 25일 해산 처리됐다. 지난해 11월 20층 이하의 아파트 423가구를 짓는 재건축계획안까지 마련했으나 주민 반대에 부닥쳤다. 주민 199명 가운데 60%인 120명이 사업 포기를 찬성했다.

 송파구청 주거정비과 전지은 주임은 “단독주택 소유자들은 수억원의 부담금을 내고 재건축하느니 기존 주택으로 임대사업을 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상인들도 영업손실을 우려해 사업 포기 쪽으로 기울었다”고 말했다.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사업을 접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택시장이 가라앉기 시작한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3개 구역만 손을 들었으나 지난해 5개로 늘었고 올 들어서만 2곳이 추가로 사업을 포기했다. 성북구청 이원재 재개발팀장은 “재개발·재건축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꺾이면서 현상 유지를 원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실태조사에 따라 재개발·재건축사업 포기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사업승인 이전 단계로 추진위나 조합이 있는 293개 구역에 대해 7월부터 주민 10% 이상의 요청이 있으면 실태조사를 벌여 해제 대상 구역을 선정하기로 했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지금까지 사업을 포기한 구역들은 대부분 규모가 작아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이라며 “(서울시 방침에 따라) 입지여건이 괜찮은 곳에서도 사업을 접는 구역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재개발·재건축 추진위원회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주민들로 구성된 조합이 사업 주체다. 하지만 조합을 바로 구성할 수 없다. 먼저 대략적인 정비계획을 세워 사업 대상임을 확정하는 구역지정을 받은 뒤 조합설립추진위원회부터 만들어야 한다. 추진위 구성에는 주민 절반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추진위는 사업의 기초를 다지는 임시기구로 전체 사업비용과 주민 분담금 등을 추산해 주민 75% 이상의 동의를 받아 조합 설립을 준비한다. 공식적인 사업 주체가 아니어서 법적인 권한이 없기 때문에 시공사 선정 등의 업무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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